2014학년부터 중·고교 내신 절대평가
수정 2011-02-19 01:50
입력 2011-02-19 00:00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중·고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 정책 연구 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에 따르면 올해 중학교 1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4학년도부터는 고교 내신이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에서 ‘A-B-C-D-E-F’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또 초등학교 4학년이 2014년 중학생이 되면 현행 ‘수-우-미-양-가’ 5단계 평가 방식의 내신이 ‘A-B-C-D-E-F’로 매겨진다.
현행 9등급제는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운 뒤 비율을 나눠 등급을 매기는 상대평가 방식이다. 반면 절대평가제는 다른 학생의 성적에 관계없이 본인이 받은 점수에 따라 등급을 받게 된다. 개발원은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성적 부풀리기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성적표 기재 방식은 석차·재적수 및 원점수·평균·표준편차 등을 적는 현행 방식을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정책 연구를 담당한 지은림 경희대 교수는 “학교 교육의 질을 확보하려면 일정 성취도를 이룬 학생에게 좋은 평가를 내려 주는 절대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이 안을 토대로 연내에 정부 방침을 확정키로 했다.
1980년 고교 학생 평가제도는 크게 세 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상대평가제(1981~1995년)-절대평가제(1996~2004년)-상대평가제(2005~현재)’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9등급의 상대평가제는 내신의 신뢰성을 높이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 등이 도입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이 변화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점수에 의해 획일적으로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제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절대평가제 도입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2010년 11월 한국리서치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1만 7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고교생의 61.0%, 고교 학부모 65.2%, 고교 교사 48.2%, 중 3년생 64.2%, 중 3 학부모 70.1%가 절대평가 도입에 찬성했다.
문제는 성적 부풀리기와 특목고 우대 등 절대평가제의 문제점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교과부는 상대평가 요소인 원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등을 사용하고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등을 활용하면 성적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자립형 사립고에서 수시입학에 유리하도록 학생부를 조작해 문제가 되기도 하는 등 성적 부풀리기의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점수에 의한 고교 서열화, 이른바 ‘고교 등급제’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로 학생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 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결국 대학들이 절대평가로 된 내신을 입시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대학 선발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특목고 우대와 내신제 무력화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1-02-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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