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사 주재 이복형제·여성도 가능”
홍지민 기자
수정 2008-11-21 00:00
입력 2008-11-21 00:00
A씨는 지난 1961년 아내 B씨와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가 약 44년 동안 C씨와 사실혼을 유지하며 자녀들을 또 낳았다.2006년 A씨가 숨지자 C씨의 자녀들은 본처 쪽에 알리지 않고 공원묘지에 안장했다.뒤늦게 이를 안 본처 쪽 장남은 “선산에 모셔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1·2심에서 모두 진 C씨의 자녀들은 상고했다.오랫동안 남남으로 지낸 쪽은 제사 주재자의 권리가 없으며 매장장소는 고인이 생전에 직접 정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고민했다.유체·유골 소유권은 민법상 제사 주재자에게 있고,관습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손에게 그 지위가 인정되지만 법으론 누가 제사 주재자가 되는지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대법원은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열었고 선고도 한 차례 미룰 정도로 장고를 거듭했다.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본처 소생 장남의 손을 들어 줬다. 제사 주재자 결정 논의가 뜨거웠다.적장자 우선의 관습이 오늘날 가족제도에 부합하지 않고 적서 차별을 두는 것이라 상속인들의 협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법관 7명의 다수 의견이었다.고인이 매장장소를 생전에 정한 것도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제사 주재자가 그 관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대법관 9명의 의견이었다.대법원은 또 본처 소생 장남이 고인과 떨어져 살았다는 게 부양이나 제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변화된 사회 의식과 법질서 등을 반영해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8-11-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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