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판치는 사행성 게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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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
수정 2005-12-29 00:00
입력 2005-12-29 00:00
28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스크린경마장. 이른 시간인데도 게임기 40대 가운데 15대에 중년의 손님들이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종업원의 설명에 따라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 게임기에 넣고 있었다. 게임기에는 투입구만 있을 뿐 남은 돈을 찾아갈 수 있는 반환구는 없었다.

종업원은 “일단 넣은 돈은 게임에서 이겨 상품권으로 받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알려준다. 저녁이 되면 빈자리가 없이 손님이 들어찬다고 한다.

게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은 60여개에 이르고 한 조합마다 50∼2500원을 걸 수 있다. 회사원 김모(36)씨는 외부 영업을 핑계대고 아침부터 게임장에 눌러앉았다.‘딸랑딸랑’ 게임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김씨는 거의 모든 조합에 돈을 걸었다. 게임이 진행되는 시간은 1분쯤. 게임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욕설과 게임기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김씨는 1만원짜리 지폐를 연거푸 밀어넣었다. 몇 게임을 한 뒤에 김씨에게 ‘대박’이 찾아왔다.200배의 고배당에 당첨된 것이다.12만원을 땄다. 하지만 김씨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 게임에 상품권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5000원이 한도이기 때문에 받은 상금으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시간쯤 지나자 김씨는 그나마 몇 장 있던 5000원짜리 상품권마저 게임기에 밀어넣고 빈손으로 일어나야 했다.‘대박’이 나고도 두시간 남짓해 10만원을 잃었다.“저 아저씨는 저녁이면 또 온다.”고 종업원이 귀띔해 주었다. 김씨는 “그만하자고 다짐하지만 잃은 돈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오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의 또다른 게임장에 마련된 릴게임기 60대의 화면속에서 다양한 무늬들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들이 회전하다 정지했을 때의 배열에 따라 점수를 얻게 된다.10여명이 화면을 응시하며 한 게임이 끝나기 무섭게 돈을 걸고 있었다. 유모(50)씨는 10개월 전 호기심에 발을 들여놓은 뒤 매일같이 온다고 했다. 유씨는 “주위에서 3000만∼4000만원 잃은 사람을 숱하게 봤다.”고 말했다.

자신은 “하루에 20만원 정도를 잃어도 종일 머릿속에서 오락기가 돌아간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한 차례 게임에서 2만원이 넘는 상금은 주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계를 조작해 한번에 200만∼300만원까지 시상하는 불법행위가 판치고 있다.

특히 게임업소에서 현금을 다루는 것을 법률로 금지하자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교환소와 짜고 사행심을 조장하는 게임업소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를 비롯해 영등포, 장안동에는 이런 게임업소가 성행하고 있다. 옆 가게가 단속에 걸려 영업정지 상태지만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도 있다.

대부분의 업소들은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다거나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푯말을 붙여놓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검찰은 올 7월 이후 전국에서 52개 업소를 단속해 267명을 입건, 이 가운데 84명을 구속하고 불법 오락기 282대를 몰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국에서 성인용 게임장 1만 4000여곳이 영업하고 있으며 80% 이상이 중독성이 강한 릴 게임이나 스크린 경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폭력조직에서 자신들의 자금원으로 운영하는 업소도 있었다. 조직폭력 이글스파, 꼴망파 , 광주신양관광파, 수원북문파, 재건용호파 등의 두목이나 조직원이 구속됐다.

박경호 박지윤기자 kh4right@seoul.co.kr

2005-12-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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