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허문 신림11동 “마음의 벽 사라졌어요”
수정 2004-10-02 10:23
입력 2004-10-02 00:00
서울 관악구 신림11동 1573의30번지에 사는 최학수(66) 할아버지는 1일 골목길로 탁트인 집 마당의 정원수를 손질하며 지나는 이웃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눈다.40평 남짓한 3층 단독주택의 대문과 담장을 최근 헐어낸 후 이웃들과 부쩍 친해졌다.
담장 허물기 사업(그린파킹사업)으로 단독주택의 담이 없어지고 정원이 늘어나는 등 동네 모습이 새롭게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정원수·빨간우체통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마을 초입의 성보 중·고교 정문쪽 등에는 과속 방지 속도저감용 블록을 설치해 놓았다.너비 2∼4m 남짓한 골목길 양쪽에는 거주자우선주차장이 잘 정리돼 있고 주택 앞은 빨간색 포장도로로 보행로를 표시해 놓았다.그 사이로 차량들은 일방통행한다.
여느 골목길처럼 주차차량으로 인해 차량들이 뒤엉켜 통행에 불편을 겪지는 않는다.특히 주차에 어려움은 없다.담장 허물기 사업의 참여로 단독주택도 가구당 1∼2면 모두 200면에 달하는 주차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주민들 처음엔 반대… 통장들 솔선수범 성공 이끌어
관악구는 올초 서울시로부터 담장 허물기 사업 시범지역으로 지정받고 시비를 포함해 24억여원의 예산을 확보,사업에 들어갔다.하지만 처음 주민들은 “불안하게 담은 왜 허물어.”하는 식의 차가운 반응이었다.개별적으로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과 정원을 설치할 경우 집집마다 500만∼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공사를 공짜로 할 수 있음에도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담이 없으면 도둑이 들기 쉽고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이동수 그린파킹추진담당은 “10여차례씩 대상 가정을 방문하고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해도 좀처럼 참여주민이 나타나지 않아 사업시행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참여의 물꼬는 통장들이 텄다.지난 5월 초 10통 1481번지를 시작으로 1,2가구씩 참여하면서 불과 5개월여만에 시범사업을 마무리하는 성과를 올리게 됐다.3년 전부터 2통장을 맡고 있는 김혜숙(56·여)씨는 “도둑 걱정 때문에 남편과 아들도 반대했다.”며 “그러나 먼저 담을 허물고 훤하게 달라진 집 분위기를 보고 이웃들의 참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그는 또 “담을 없애니 햇볕도 잘 들어 앞마당의 채소도 한결 잘 자란다.”고 자랑했다.
●방범문제는 CCTV설치로 해결
담장을 허문 주민들은 한결같이 “집과 동네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며 만족해한다.2통 주민 윤용식(44)씨는 “담 바깥에 세워둔 차량이 밤새 훼손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집 안쪽으로 주차할 수 있게 돼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특히 담장이 없어지면서 노상방뇨 등 골목길 악습(?)도 사라졌다.
하지만 “좀도둑이 성행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주민이나 구청 모두 아직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을 곳곳에 14대의 CCTV(폐쇄회로)를 설치해 놓았다.또 골목길 50여m마다 방범등을 촘촘히 밝혀 우려되는 뒷골목 강력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또 통별로 2명씩 모두 22명의 ‘주민자율감시단’을 구성,방범활동과 불법 주정차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해 나가고 있다.
송기문 관악구 부구청장은 “주민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아 올 하반기 신림4동과 봉천4동 등으로 확대하고 오는 2006년까지는 전체 단독주택의 50%가 담장을 허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2004-10-02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