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방문(8월 10일)과 일왕(日王)에 대한 사과요구(8월 14일) 이후 최악의 상태까지 치달았던 한·일 외교갈등이 봉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달 가까이 지속된 이 대통령의 대일 외교 강경기조가 눈에 띄게 누그러지면서, 양국 관계는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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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내 APEC 특별회의장에서 열린 제 2차 정상회의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9일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양국이 협력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양국 정상의 만남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오는 이 대통령에게 노다 총리가 다가와 말을 건네면서 4∼5분 정도 선 채로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우연히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한·일관계 전문가 5명을 긴급 소집해 향후 대일 정책에 대해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일왕의 사죄를 요구한 발언과 관련 “내 발언이 왜곡돼 일본에 전달됐다. 발언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감정적으로 나가서는 한국과 일본이 얻을 것이 없다.”고 지적한 뒤 “일본의 반발에 나는 일일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외교통상부에 일임했다.”며 일본 문제에 대해 발언을 자제할 뜻을 밝혔다. 특히,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소란을 피워 (일본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면서 지난 7일 독도방어훈련때 해병대가 독도에 상륙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전문가들과 협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일본은 법률이나 원칙을 지나치게 고집하고 있다.”며 시민단체 등이 요구하는,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에 꼭 구애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전문가들과의 비공식 모임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대통령이 당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법적인 책임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예전부터 얘기했던 것으로, 일본의 접근방법이 너무 법적으로 피해 가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