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돌봄·휴양·일자리 다 갖춘… 노인을 위한 마을은 있다[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이천열 기자
수정 2024-04-03 01:01
입력 2024-04-03 01:01
노후가 행복한 서천군 복지마을
노인 240명 입주… 40%는 외지서
한 달에 열흘 공공근로 ‘용돈벌이’
또래들과 당구·공예 등 취미생활
주변 지역 주민·가족 방문객 몰려

충남 서천군 종천면 종천리 복지마을 첫 입주자인 장순희 할머니는 “공기 좋고 노인들과 같이 어울리니 얼마나 좋아. 밥도 공짜”라며 엄지를 내밀었다.
전용 36㎡ 아파트에 혼자 사는 장미자(가명)씨는 “서울서 살다 남편과 함께 입주했는데 남편은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면서 “여기에서는 공공근로처럼 일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고, 셔틀버스 타고 시내로 맛난 거 사 먹으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서천군 복지마을에는 희리산 주변 산자락에 걸쳐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및 작업장, 노인요양병원 등 5개 건물이 줄지어 있었다.
건물 주변에서는 노인들이 페트병과 휴지 등을 정리하고 있었다. 노인일자리 작업이다. 한 달에 10일, 3시간씩 일하고 29만원을 받는다. 방문객 안내 등 행정업무를 맡으면 매달 76만원을 받는다.

복지마을에는 아파트 107가구, 단독주택 19가구에 240명이 입주해 있다. 모두 65세 이상 노인이다. 부부 또는 홀로 산다. 김 국장은 “입주자의 40%가 외지서 왔는데 모두 서천으로 주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취미 활동을 하는 복지관의 최고 인기 공간은 당구장이다. 5개의 당구대 주변이 사람들로 꽉 찼다. 맞은편에선 바둑·장기를 두는 이도 보였다. 노래방에선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밖에 ▲에어로빅 ▲색종이 공예품 ▲서예 ▲파크골프장도 즐길 수 있다.

주변 지역 주민들도 복지마을을 많이 찾는다. 복지관 300~400명, 장애인복지관 150명 등 입주자 수를 훌쩍 넘는 하루 500명이 시설을 이용한다. 물리치료실과 컴퓨터실, 배드민턴장 등도 갖춰 농어촌 노인이 즐기는 데 이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마을은 지역 내 1000여명의 노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800여 독거노인 가정에 센서를 설치해 고독사 예방 모니터링을 하는 등 군 전체 노인 대상 복지 활동도 벌인다.

김미현 서천군 노인복지팀장은 “노인들이 모여 사는 실버타운이지만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면서 “입주 외지인도 적잖아 부모를 보려고 찾아오는 가족 등 방문객들이 서천에서 지출을 하니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 서천 이천열 기자
2024-04-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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