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돌봄·휴양·일자리 다 갖춘… 노인을 위한 마을은 있다[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업데이트 2024-04-03 01:01
입력 2024-04-03 01:01

노후가 행복한 서천군 복지마을

노인 240명 입주… 40%는 외지서
한 달에 열흘 공공근로 ‘용돈벌이’
또래들과 당구·공예 등 취미생활
주변 지역 주민·가족 방문객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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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복지마을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이 당구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복지마을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및 작업장, 노인요양병원 등이 모여 있고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65세 이상 240명이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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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에 들어와 90세가 됐어. 내 인생 마지막까지 여기에 있을 거야.”

충남 서천군 종천면 종천리 복지마을 첫 입주자인 장순희 할머니는 “공기 좋고 노인들과 같이 어울리니 얼마나 좋아. 밥도 공짜”라며 엄지를 내밀었다.

전용 36㎡ 아파트에 혼자 사는 장미자(가명)씨는 “서울서 살다 남편과 함께 입주했는데 남편은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면서 “여기에서는 공공근로처럼 일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고, 셔틀버스 타고 시내로 맛난 거 사 먹으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서천군 복지마을에는 희리산 주변 산자락에 걸쳐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및 작업장, 노인요양병원 등 5개 건물이 줄지어 있었다.

건물 주변에서는 노인들이 페트병과 휴지 등을 정리하고 있었다. 노인일자리 작업이다. 한 달에 10일, 3시간씩 일하고 29만원을 받는다. 방문객 안내 등 행정업무를 맡으면 매달 76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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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에 있는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손뼉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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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권 노인복지관 사무국장은 “주택, 병원, 휴양시설, 일자리가 모두 있는 공공영역의 복지마을은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하다”면서 “벤치마킹하려는 곳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복지마을에는 아파트 107가구, 단독주택 19가구에 240명이 입주해 있다. 모두 65세 이상 노인이다. 부부 또는 홀로 산다. 김 국장은 “입주자의 40%가 외지서 왔는데 모두 서천으로 주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취미 활동을 하는 복지관의 최고 인기 공간은 당구장이다. 5개의 당구대 주변이 사람들로 꽉 찼다. 맞은편에선 바둑·장기를 두는 이도 보였다. 노래방에선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밖에 ▲에어로빅 ▲색종이 공예품 ▲서예 ▲파크골프장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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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주민들이 노인복지관에서 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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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 아파트 전용 49㎡에 사는 노희방(77)씨는 50년 만에 아내와 함께 고향인 서천군 화양면으로 귀향했다. 그는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다. 노인일자리로 돈도 버니 떠날 마음이 없다”면서 “밥값이 한 끼에 2000원으로 부담이 없고 아내와 밥을 해먹기도 한다.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쉬는데 1시간마다 운행하는 무료 셔틀을 타고 시내 서예학원에 다닌다”며 미소를 지었다.

주변 지역 주민들도 복지마을을 많이 찾는다. 복지관 300~400명, 장애인복지관 150명 등 입주자 수를 훌쩍 넘는 하루 500명이 시설을 이용한다. 물리치료실과 컴퓨터실, 배드민턴장 등도 갖춰 농어촌 노인이 즐기는 데 이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마을은 지역 내 1000여명의 노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800여 독거노인 가정에 센서를 설치해 고독사 예방 모니터링을 하는 등 군 전체 노인 대상 복지 활동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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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입주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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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마을은 2008년 완전 개관했다. 한 해 전 장애인복지관을 짓고 이듬해 가을 노인요양시설·복지관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대전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위탁 운영한다. 2011년 아파트와 단독주택 입주가 이뤄지면서 복지마을이 완성됐다. 아파트 49㎡형은 보증금 1720만원에 매달 임대료 15만 8000원, 36㎡형은 827만원에 7만 6800원이다. 요양원 입소자에게 매달 50만~70만원, 요양병원 환자에게는 60만~100만원(간병비 포함)을 받는다. 요양원에 90명, 요양병원에 150명이 입원 중이다. 총 12만 4457㎡의 넓은 산자락이 ‘노인들의 천국’이 됐다.

김미현 서천군 노인복지팀장은 “노인들이 모여 사는 실버타운이지만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면서 “입주 외지인도 적잖아 부모를 보려고 찾아오는 가족 등 방문객들이 서천에서 지출을 하니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 서천 이천열 기자
2024-04-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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