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삐삐로 1년에 3~4건밖에 연락안와
인터넷 다음카페 ‘삐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삐사모)’ 운영자인 강동욱(32)씨는 대학에 입학하던 1996년부터 지금까지 삐삐를 사용하고 있는 말 그대로 ‘삐삐 마니아’다. 강씨는 삐삐가 자신의 생활을 180도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요즘 들어 삐삐로 연락이 오는 경우는 1년에 3∼4건 정도밖에 안 돼요. 그나마도 대부분이 안부메시지 정도라서 사실상 통신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봐야죠. 카페 회원들 중에서도 삐삐를 구입했다 몇 달 동안 메시지 한 건 오지 않아 해지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삐삐가 울렸을 때 가까운 전화기까지 찾아가면서 갖게 되는 궁금함, 혹시 내가 좋아하는 그녀가 남긴 것은 아닐까 하는 설렘 같은 느낌 있잖아요.”
현재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씨는 자신의 미니홈피 사진에 나온 삐삐를 신기해하는 제자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사라져가는 가치들을 살려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한다.
“10년동안 삐삐만으로도 아무 불편없이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주위에서 ‘급한 연락이 잘 안된다.’며 아우성이 너무 심해 2004년부터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도 발신자표시 서비스는 신청하지 않고 있어요.‘누가 전화를 했을까.’를 궁금해하는 설렘을 간직하고 싶어서죠. 저를 따라 하는 제자들도 있어서 말리기도 합니다. 부모님한테 혼나지 말라고요. 하하하∼”
2002년 1월 개설된 삐사모는 현재 1600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순수 친목 목적으로 유일하게 남은 삐삐 동호회인 셈이다. 회원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강씨는 “앞으로도 평생 삐삐를 사용하며 카페회원들과 사라져가는 가치들을 추억할 생각”이라며 삐삐사랑을 힘주어 말한다. 자신의 목소리와 라디오로 직접 배경음악을 녹음한 그만의 ‘아날로그식 컬러링’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