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인가] (4) 반환일시금제도 부활하라
수정 2004-06-05 00:00
입력 2004-06-05 00:00
당장 생활이 어려워 먼 미래의 노후까지 걱정할 여유가 없으니 그동안 불입한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다.‘반환일시금’에 관한 민원이다.
1988년 국민연금제 도입 후 10년 동안은 실직 등으로 국민연금 가입자격을 상실한 뒤 1년 넘게 비가입자로 남으면 낸 돈을 한꺼번에 찾아갈 수 있었다.이렇게 해서 700만여명이 10조원 이상을 일시금으로 찾아갔다.그러나 연금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98년 12월 말에 이 제도는 없어졌다.
현재는 국민연금법 67조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연금수급 연령인 만 60세가 되어도 최소가입기한(10년)을 채울 수 없는 가입자들은 일시금으로 찾아갈 수 있다.이민가서 국적을 상실하거나,다른 특수연금(공무원·군인연금 등)으로 옮겨도 불입했던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시금으로 받는다.
경제위기가 심각했던 98년 5월에는 반환일시금을 받지 않은 실직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생계자금 대출사업을 정부가 벌인 적도 있다.최대 1000만원(납부보험료의 80% 이내)까지 목돈을 빌려주고,나중에 빌려준 돈을 받았는데,자진상환하지 않으면 납부보험료에서 자동으로 상계처리됐다.결과적으로 대출자의 90% 이상이 돈을 갚지 않았다.
복지부 연금재정과 현수엽 사무관은 “이 제도는 당장 현금이 생기지만,돈을 받아간 기간만큼 연금가입기간에 공백이 생기고,훗날 받는 연금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생활이 당장 어렵다 보니 반환일시금제도를 즉각 부활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올 들어 5월까지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 등에 접수된 국민연금 관련 민원 중 20%가 이와 관련된 것이다.
복지부는 섣불리 이 제도를 손댈 계획이 없다.‘강제가입’이라는 국민연금의 기본틀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생활이 어렵다고 낸 돈을 찾아가게 하면 너도나도 돈을 빼갈 게 뻔하다.국민연금관리공단 장석준 이사장은 “반환일시금제도의 부활은 장기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04-06-05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