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학비 벌려다” 취업사기에 러 전쟁터 끌려간 40대 가장…‘시신용 식별번호’ 문신까지 [배틀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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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11-04 07:46
입력 2026-11-04 05:52

건설 일자리 구하러 러 갔다가 강제 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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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아요크 수캄토씨(49)는 지난 6월 말 지인의 소개로 러시아 건설 현장 일자리를 제안받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자녀 3명을 대학 등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강제로 동원돼 가슴에 식별번호 문신까지 새겨졌다고 증언했다. 2026.11.3 요미우리신문 캡처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아요크 수캄토씨(49)는 지난 6월 말 지인의 소개로 러시아 건설 현장 일자리를 제안받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자녀 3명을 대학 등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강제로 동원돼 가슴에 식별번호 문신까지 새겨졌다고 증언했다. 2026.11.3 요미우리신문 캡처


[배틀라인 3줄 요약]
● 러시아에서 건설 현장 일자리를 구하려던 인도네시아 남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강제로 동원돼 가슴에 시신 확인용 식별번호 문신까지 새겨졌다고 증언했다.
● 유엔 조사위원회는 러시아가 세계 29개국 출신 남성들을 허위 구인 광고와 강압으로 전선에 투입했다며 인신매매이자 국제인권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 러시아군은 지난 10월에만 5만 4400명의 인명피해를 입은 것으로 우크라이나군은 추산했으며, 서방 당국은 신규 모집 인원이 전선의 손실보다 매달 약 6000명 적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에서 건설 현장 일자리를 구하려던 인도네시아 남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강제로 동원돼 가슴에 식별번호 문신까지 새겨졌다고 증언했다. 러시아군은 전투 중 사망하면 시신을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문신을 강요했다. 이 남성은 탈영을 시도했다가 폭행당하고 가족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아요크 수캄토(49)씨는 지난 6월 말 지인의 소개로 러시아 건설 현장 일자리를 제안받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자녀 3명을 대학 등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그는 건강검진을 받은 뒤 러시아어로 작성된 계약서에 서명했다. 번역본도 받지 못해 내용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서명한 문서는 러시아 국방부와 체결하는 군 복무 계약서였다.

수캄토씨는 이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로 보내졌다. 건설 현장에서 일할 줄 알았던 그는 그곳에서 군사훈련을 받으며 러시아군 계약병으로 복무해야 했다.

지난 7월에는 가슴에 식별번호 문신까지 새겨졌다.

러시아군 담당자는 전투 중 공격을 받아 숨지면 시신을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캄토씨는 문신을 거부하려 했지만 폭행이 두려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왼쪽 가슴에는 ‘CA-242436’이라는 번호가 새겨졌다. 수캄토씨는 문신을 깊게 새긴 탓에 가슴 통증이 닷새 동안 계속됐다며 가능하다면 문신을 지우고 싶다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이러한 행태를 나치 독일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의 몸에 식별번호를 새긴 방식에 빗대 비판했다.

러시아군, 가슴에 식별번호 문신…탈영하자 폭행·협박러시아군에 끌려간 뒤의 생활도 가혹했다.

수캄토씨는 길거리에서 잠을 자야 했고, 식사로는 물과 빵을 가끔 받는 것이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생활을 두고 “동물처럼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탈영을 시도했다가 붙잡혔을 때는 폭행당했다. 러시아군은 가족의 신상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협박했고, 수캄토씨는 군 복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지난 8월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전선으로 보내졌다. 당시 그는 자신을 감시하는 러시아 군인과 함께 이동했다.

그러던 중 감시를 맡았던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수캄토씨는 이 틈을 타 우크라이나군 진지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인도네시아인이라고 외치며 투항했다.

수캄토씨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된 상태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가족은 약 두 달 전 공개된 포로 영상을 통해 그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의 아내는 영상 속 남편이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야위어 있었다며 남편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엔 “29개국 외국인 강제 동원”…러군 병력 충원난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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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사기에 속아 러시아군에 편입,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싸우다 전사한 인도인 비닐 바부(32). 서울신문DB
취업사기에 속아 러시아군에 편입,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싸우다 전사한 인도인 비닐 바부(32). 서울신문DB


러시아가 민간 일자리를 미끼로 외국인을 유인해 전쟁에 동원하는 행태는 유엔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설치한 우크라이나 독립 국제조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러시아 당국이 세계 29개국 출신 남성들을 속이거나 강압적으로 모집해 전선에 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측과 연계된 해외 모집책들은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민간 일자리를 제안하며 외국인 남성들을 유인했다. 항공권과 비자를 마련해 러시아 입국을 도운 뒤 러시아어로 작성된 국방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

이렇게 러시아군에 편입된 남성들은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했다. 일부는 숨지거나 실종됐고,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하거나 포로로 붙잡힌 사례도 확인됐다.

조사위원회는 러시아 당국과 해외 모집책들이 긴밀하게 협력해 외국인들을 군에 편입시켰다며 이를 인신매매이자 국제인권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러시아군 10월 병력손실 5만 4400명…역대 최대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으면서 신규 병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5만 4400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2022년 2월 전면 침공 이후 월간 최대 규모다. 하루 평균 약 1755명꼴이다.

3일 기준 러시아군의 누적 인명피해는 약 159만 5000명으로 추산됐다. 우크라이나군이 발표한 수치로, 전사자와 부상자 등이 포함되며 러시아 측의 확인을 거친 집계는 아니다.

신규 병력 모집도 전선의 손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8월 서방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하루 약 1000명을 모집하고 있지만, 전선에서 발생하는 인명피해가 신규 모집 규모를 매달 약 6000명 웃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지난 1일 러시아군이 10월 한 달 동안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으며, 현행 병력 모집 체계로는 전선의 손실을 보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윤희 기자
세줄 요약
  • 건설 취업 미끼로 전쟁터 강제 동원
  • 가슴에 시신 확인용 식별번호 문신 강요
  • 탈영 시도 뒤 폭행·가족 협박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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