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사법 압박”… 법관회의 소집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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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리 기자
수정 2026-11-04 00:04
입력 2026-11-04 00:04

‘조희대 국조’에 판사들 반발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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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회의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한 채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회의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한 채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일선 판사들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 대법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던 판사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하는 등 국정조사를 사법부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그간 현안에 의견 제시를 삼갔던 법관들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초유의 법관 집단행동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에 대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는 등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남준우(사법연수원 34기)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3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침묵의 의미(전국법관대표회의의 개최를 촉구하며)’라는 글을 올리고, 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남 부장판사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등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댄 성찬용(44기)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의 글을 언급하며 “깊이 공감하며 선배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또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과 법관독립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 법관대표회의 제6조 제1항을 들며 “전례 없는, 향후 정권과 관계없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한 대법관 재제청 사태와 관련해 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개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성 판사는 지난달 30일 코트넷에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격과 비난을 당하고, 목적이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입법과 여론전이 난무하는데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선 맞서야 한다”고 했다.

정욱도(31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도 전날 “현실적이지 못한 내란 세력 복귀 가능성을 핑계로 진압을 명분 삼아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뭔가”라고 적었다. 정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 대응을 비판하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인물이다.

일단 다음달로 예정된 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 내부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법관대표회의 운영위원회는 이날 ‘다음달 7일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연다’고 공지했다.

정기회의 전 임시회의가 개최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법원 관계자는 “즉각적인 회의 소집 요구가 있으면 이달 중 임시회의가 열릴 수도 있다”면서 “다만 한 달 정도 남은 정기회의 때 논의가 이뤄지는 게 효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행동이나 강한 메시지로 이어질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법관대표회의는 지난해 5~6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로 논란이 거세지자 두 차례 임시회의를 열었으나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5일 국회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었으나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조와 탄핵 추진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글을 자주 올리지 않는 재판 업무에 열중하던 판사들이나 젊은 판사들이 의견을 내서 선배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남은 한 달 사이에 대법원장 국조나 탄핵 추진이 실제로 이뤄지면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고위 법관은 “조 대법원장에 대해 비판적인 판사도 ‘사법부 흔들기’에는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판사는 “판사들의 우려와 불만이 극에 달했다”면서도 “법원 내부에 조 대법원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어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원론적인 우려 표명에 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희리·한지은 기자
세줄 요약
  • 여권의 대법원장 국조 추진에 법관 비판 확산
  •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소집 요구 제기
  • 사법부 흔들기 우려 속 집단행동 가능성 주목
2026-11-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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