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리와 뜻 같지 않아” 러 밀착 우려하는 유럽…그래도 “대체 불가” [배틀라인]

권윤희 기자
수정 2026-10-28 15:08
입력 2026-10-28 15:00
韓 외교부 “러 밀착 우려 사실과 부합하지 않아”
[배틀라인 3줄 요약]
●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북극항로 운항과 대러시아 석유제품 운송, 한러 비공개 접촉 등을 계기로 서울 주재 유럽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국의 러시아 밀착에 대한 우려와 외교적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한국 외교부는 러시아 밀착 우려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으며, 일부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의 대러 접근을 친러 노선 전환보다는 실용주의와 국익 중심 외교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무기 수요가 커지고 한국 방산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국가라는 평가도 나왔다.
●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북극항로 운항과 대러시아 석유제품 운송, 한러 비공개 접촉 등을 계기로 서울 주재 유럽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국의 러시아 밀착에 대한 우려와 외교적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한국 외교부는 러시아 밀착 우려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으며, 일부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의 대러 접근을 친러 노선 전환보다는 실용주의와 국익 중심 외교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무기 수요가 커지고 한국 방산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국가라는 평가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은 전쟁이 끝나면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와 다시 거래하려 한다.”
서울에 주재하는 한 유럽 외교관이 한국의 대러시아 정책을 두고 내놓은 평가다.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유럽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협력국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까지 번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외교·경제적 대러시아 접근 움직임이 유럽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외교관은 FT에 “한국은 사실 우리와 그렇게까지 뜻을 같이하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한국 측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재개를 서두르려는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북극항로 운항에 제재 대상 유조선까지…유럽 우려유럽 측이 주목한 사례 중 하나는 한국의 첫 북극항로 운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북극항로 운항을 마치고 돌아온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 선원들의 용기와 책임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서울 주재 유럽 외교관들의 반응은 달랐다. 러시아 북극해 연안을 지나는 북극항로는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유럽 항로보다 운항 기간을 약 10일 단축할 수 있지만, 러시아와의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FT는 이번 운항이 한국의 대러시아 접근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러시아로 향한 석유제품 운송도 우려를 키웠다. FT에 따르면 지난 7~8월 한국에서 러시아로 운송된 연료는 17만 6000t 이상으로, 대부분 경유였다. 운송 과정에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 유조선들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 불만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부터 이어졌다. 특히 탄약 생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의 대러시아 불법 수출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2월 한국 기업 임원 2명은 73억원 상당의 CNC 공작기계를 러시아에 불법 수출한 혐의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회사에는 벌금 4000만원이 부과됐다.
한러 외교·안보 분야 물밑 접촉…송영길 특보 임명에도 주목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한러 접촉이 이어졌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6월 러시아 싱크탱크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와 비공개 회의를 열고 정치적 대화와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을 논의했다.
FT는 이 대통령이 이달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평화외교 특별보좌관에 임명한 사실에도 주목했다. 대통령의 러시아 특사를 지낸 송 특보는 한러 관계 강화를 주장해 온 인물로,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우호훈장을 받았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한러 관계가 지난해 가을부터 “물밑에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치 교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주변 인사들의 대(對)대통령 영향력이 약해지는 반면, 송 특보 등은 러시아 문제에서 이 대통령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도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달 관영 타스통신을 통해 한국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의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 갈등에 한·우크라 관계 악화반면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오히려 악화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억류돼 있던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 사실이 공개되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이 포로 이송에 관한 비밀유지 합의를 위반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이달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하고 대사관 인력의 추가 철수 방침도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한국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번 사안을 ‘외교적 오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이 친러시아 노선으로 전환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세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가 기존의 ‘가치외교’에서 벗어나 실용주의와 국익을 중심으로 한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를 주변 4강으로 인식해 온 외교적 전통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력 강화를 지원해 한국의 안보 위협을 키우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외교부는 FT에 “한국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기울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도 러시아 에너지 수입…한국산 무기도 필요”유럽 국가들도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프랑스의 9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액은 4억 4600만 유로로 전월의 두 배 수준이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유럽에는 러시아에 대한 통일된 입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이 한국을 압박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방산협력이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감소한 군수물자 비축량을 채우는 데 한국 방위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2022년 이후 한국산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 다연장로켓 등 180억 달러 이상을 발주했다. 유럽이 한국의 대러시아 정책에 불만을 품더라도 방산협력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리치 교수는 유럽 국가들이 “바로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여전히 무기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권윤희 기자
세줄 요약
- 북극항로·러시아행 운송에 유럽 우려 확산
- 한러 비공개 접촉과 특보 임명도 주목
- 한국은 실용외교, 유럽은 대체 불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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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보도에서 유럽 외교관들이 우려하는 한국의 주요 대러시아 접근 움직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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