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너무 앞서 나가지 않길”…페이스메이커에 ‘페이스조절’ 기대하는 이유 [권윤희의 월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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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10-27 21:13
입력 2026-10-27 21:13
세줄 요약
  • 미국, 한국의 북미대화 중재에 속도조절 주문
  • 연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낮다는 관측
  • 김정은 방중 해석 엇갈리며 협상 변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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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도구로 생성한 자료사진. 서울신문
인공지능 도구로 생성한 자료사진. 서울신문


[월드뷰 3줄 요약]
●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한국의 북미대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앞서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연내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미국의 접촉 시도에도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4일 방중을 놓고 북미대화 사전 조율설과 북중 경제협력 중심론이 엇갈리고 있다.
●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고수로 협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이 향후 북미 협상 과정에 참여할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제기됐다.


미국이 북미대화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한 한국 정부에 오히려 ‘페이스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북미대화 중재 노력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지나치게 앞서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약 한 달 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북미대화 문제를 협의했다며 미국 측의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조 장관은 “미국은 ‘알겠는데, 조금 긴밀하게 소통은 해나가는데, 너무 한국이 앞서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미국의 의견이 한국 정부가 자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며 “우리가 무슨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데 (미국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보유한 정보와 북미대화 관련 시나리오를 미국에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측도 이에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경과와 한계를 분석해 향후 협상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정부는 북미대화 재개를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도 참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장관도 이날 북미 정상회담을 현 상황을 타개할 계기로 평가하면서, 중국·러시아 등 관련국과도 조율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美 접촉에도 北 무응답…연내 북미회담 전망 불투명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조만간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3일 한미 당국자 등의 판단에 정통한 5명을 인용해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에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이며,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준비 기간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대화에 서둘러 나설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루비오 장관의 페이스조절 주문은 이런 배경 탓에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차원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방중 놓고 북미대화 조율설·경제협력론 엇갈려다만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이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행보였는지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6일 보고서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부부장 등 양국 외교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실장은 중국이 11월 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중재함으로써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주도로 북미대화가 성사될 경우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소외될 위험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실제 회담 준비보다는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 했다는 해석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이번 방중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애태우기 작전’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화 의지를 시험하려 했다는 것이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나 대미 협상력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볼 만한 정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지 않고 신압록강대교와 자동차 공장 등을 둘러본 뒤 당일 귀환한 점에서 북중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를 둔 분석이다.

정부도 북미대화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7일 국회에서 이번 방중을 ‘정상회담이 없는 정상외교’로 평가했다. 양국 외교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반면 군부 인사들은 동행하지 않은 점을 들어 단순한 경제행사나 군사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 역시 중국의 대미 협상을 담당하는 마자오쉬 부부장이 참석한 점을 근거로 북중 간 북미대화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없었던 점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미 비핵화 이견 여전…한국의 협상 참여도 과제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별개로 양측의 비핵화 관련 입장 차이는 향후 협상에서 풀어야 할 쟁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 위원장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는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다며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북미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이 협상 과정에 얼마나 관여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은 한국의 중재 노력을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앞서 나가지 말라는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주도로 북미대화가 이뤄질 경우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소외될 위험을 지적했다.

미국으로부터 속도 조절을 주문받은 한국으로서는 북미대화 재개를 지원하면서도 향후 협상에 한국의 입장을 반영할 통로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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