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균 잡아먹는 살아있는 항균제 나온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22 15:52
입력 2026-10-22 15:52
세줄 요약
- 항생제 내성균 대응책으로 포식성 세균 연구 확대
- UNIST, 대장균 LPS 구조가 공격 효율 좌우 확인
- LPS 노출 처리 시 브델로비브리오 살상력 증가
위키피디아 제공
이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연구팀은 대장균 외막을 구성하는 지질다당류(LPS)의 구조가 병원균을 잡아먹는 포식성 세균인 ‘브델로비브리오’의 공격 효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생물 생태학 분야 국제 학술지 ‘ISME 저널’에 실렸다.
브델로비브리오는 세균에 침입해 숙주의 세포질 성분을 분해해 이용하고 증식하면서 숙주를 죽인다. 항생제 내성균과 같은 다양한 그람음성 병원균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병원균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세균 잡아먹는 세균’이다.
연구팀은 그람음성 세균 외막의 주요 구성 성분인 지질다당류(LPS)에 주목했다. LPS는 지질에 여러 당이 연결된 물질로 지질 부분은 외막에 자리 잡고 당 사슬은 세균 표면 밖으로 뻗어 있다. 연구팀은 LPS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하나씩 없앤 대장균을 이용해 당 사슬의 구조에 따라 포식성 세균 네 균주의 공격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브델로비브리오는 숙주인 대장균의 LPS 사슬 내부 코어가 짧아질수록 공격 효율이 떨어졌다. 대장균을 포함한 대부분의 그람음성균은 외막 표면에 지질과 당으로 이뤄진 긴 사슬들이 달려 있는데 이 사슬에서 외막에 가까운 부분을 내부 코어라고 한다.
연구팀은 LPS 합성 유전자를 없애 내부 코어를 짧게 만든 대장균에서는 브델로비브리오 균주 4개 모두 초기 포식 행위가 늦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반면 사슬 끝에 긴 당 사슬인 O항원을 붙이면 균주 2개의 공격 효율이 떨어졌다. 내부 코어는 유지되면서 긴 당 사슬이 표면 접근을 과도하게 막지 않는 조건이 공격에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머지 균주 2개는 O항원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긴 사슬의 방해를 극복하는 능력이 균주마다 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포식성 세균에 먹잇감의 표면 성분인 지질다당류를 미리 노출시키면 공격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포식성 세균을 지질다당류가 든 용액에서 1시간 동안 배양한 뒤 대장균과 섞자 이런 처리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대장균을 더 빠르게 죽였다.
연구를 이끈 로버트 미첼 UN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병원균의 표면 구조에 맞는 포식성 세균을 고르고 공격 활성을 높이는 조건을 찾는 데 기초가 될 것”이라며 “포식성 세균을 항균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상 병원균을 얼마나 잘 공격하는지, 그 효과를 무엇이 좌우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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