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고령자, ‘널뛰기 체중’ 사망 위험 높다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22 15:06
입력 2026-10-22 15:06
체중 변동 가장 큰 그룹, 가장 작은 그룹보다 사망 위험 62% 높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숭실대 연구팀, 62만 명 7.5년간 추적 조사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건강검진을 최소 4회 이상 받은 75세 이상 고령자 61만 6,696명(평균 연령 78세)의 체중 기록을 추적했다. 이후 2022년 말까지 약 7.5년(중앙값) 동안 이들의 사망 여부와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핵심 포인트는 ‘착시 현상의 경고’다. 통상 시작 시점과 최종 시점의 체중이 비슷하면 “체중을 잘 유지하고 계시네요”라는 평가를 받기 쉽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착시 뒤에 숨은 위험을 짚어냈다.
연구 결과, 첫 진단과 마지막 진단의 체중 차이가 5% 이내로 유지되어 겉으로는 ‘체중 유지자’로 분류된 이들 중에서도 조사 기간 사이 체중이 크게 오르내린(상위 25% 변동성) 사람은 일정하게 유지한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41%나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체중이 전체적으로 감소하거나 증가한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전체적으로 살이 빠진 그룹 내에서도 변동 폭이 컸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36% 높았고, 살이 찐 그룹에서도 변동성이 큰 사람의 사망 위험이 33% 높았다. 결국 핵심은 ‘살이 찌고 빠짐(방향성)’보다 ‘얼마나 심하게 널뛰었는가(변동성)’에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관찰연구인 만큼 체중 변동 자체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중의 심한 변동은 단순한 체중 조절의 결과가 아니라, 노인 몸속에서 진행 중인 ‘잠재적 질병’이나 ‘급격한 노쇠(Frailty)’, 혹은 ‘영양 불균형’을 반영하는 강력한 생체 신호(Biomarker)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년기의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암, 심뇌혈관 질환, 만성 염증, 우울증, 치매 초기 증상 등과 밀접하다. 반대로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 역시 심장부전이나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한 부종(붓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체중이 오르내림을 반복했다는 것은 어르신의 신체가 내부적 충격(질병)을 받았다가 겨우 회복하고, 다시 악화하는 악순환을 겪었음을 뜻한다.
서지연 교수는 “처음과 마지막 몸무게가 비슷하면 체중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사이의 변화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고령자의 건강을 평가할 때 단발성 측정값이 아닌, 연속적인 체중 기록 추이가 매우 중요한 진단적 가치를 지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고령자 보건 의료 체계 및 일상 돌봄 현장에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첫째, 의료 현장의 진료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 의사와 보호자는 진료실을 찾은 어르신의 ‘오늘 체중’만 볼 것이 아니라, 최근 2~3년간의 체중 변화 궤적을 차트로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둘째, 보호자와 돌봄 종사자의 관심이다. 최지민 교수는 “체중이 크게 변하는 고령자는 그 배경에 질병이나 영양 상태의 변화가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정기적으로 체중을 측정하고 진료 시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건강 상태를 살피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이나 요양시설에서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체중을 기록하는 ‘체중 일기’ 작성이 어르신들의 갑작스러운 불상사를 막는 가장 쉽고 강력한 예방 백신이 될 수 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75세 이상 고령자 체중 변동과 사망 위험 분석
- 체중 널뛰기 클수록 사망 위험 최대 62% 상승
- 연속 체중 기록과 정기 관찰의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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