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대화, 엇갈리는 마음…홍상수식 화법 [영화 리뷰]

김기중 기자
수정 2026-10-21 01:05
입력 2026-10-20 22:06
눈 둘 데가 없네
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서먹하고 불안정한 관계 속 대화가 거센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처럼 이리 휘고 저리 휜다. 72분의 상영 시간 동안 불편하면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런데 이걸 만들어내는 건 오로지 내레이션과 대화뿐.
21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의 ‘눈 둘 데가 없네’는 2박 3일에 걸친 상희(김민희)의 부모님 방문기다. 부모가 어릴 적 이혼하면서 상희는 그동안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제주도에 정착해 펜션과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최명길)를 10년 만에 남동생 상원(신석호)과 함께 찾은 터다. 상희와 동생, 그리고 엄마와 새아버지(권해효)의 대화가 영화를 이끌어간다. 대화 중간중간 상희의 내레이션이 그의 마음을 알려준다. 관객은 이를 통해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파악해야 한다. 대화 도중 튀어나오는 사실들을 덧붙여가며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구성해야 한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간의 틈을 좁히려는 시도가 대화 내내 이어진다. 이런저런 충고와 칭찬이 오가지만, 대화는 계속 겉도는 느낌이다. 엄마는 상희에게 “자주 와서 식당과 펜션 일을 돕고, 나중에 이걸 물려받는 것도 생각해보라”고 하는데 진심인지는 알 수가 없다. 성긴 그물 사이로 고기가 빠져나가듯, 대화의 조각들이 헤집은 관객들의 머릿속에선 수많은 질문이 이리저리 다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화로 구성한 내 머릿속 이야기는 가치가 있는 것일까. 영화 제작에 대해 후반 상희가 만든 유튜브 영상을 통해 예술을 하는 자세에 대해 정의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보면서 상희는 말한다. “어려서부터 나는 눈 둘 데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꽃이 말을 했다. 나는 수수하다. 나는 조용하다. 그러나 언제나 뭔가를 좋아하고 있었다.” 상희의 영상은 새아버지가 만드는 다큐멘터리처럼 돈이 안 되긴 매한가지다.
남 보기엔 변변찮아 보이는 영화라도, 비판이 이어져도 상희는 이를 수용하면서 흔들리면서 꿋꿋이 나아간다. 마치 ‘예술은 이런 것’이라고 강변하는 듯하다. 작품과 사생활로 대중들에게 칭찬과 비난을 받는 홍 감독의 마음이 배우 김민희의 내레이션에 덧입혀진다.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는 지난 8월 홍 감독에게 감독상을, 김민희에게 최우수 연기상을 안겼다.
김기중 기자
세줄 요약
- 상희의 제주 방문기, 2박 3일 가족 대화 중심 전개
- 서먹한 관계와 엇갈린 마음, 말 사이 빈틈으로 표출
- 예술과 창작 태도, 홍상수식 화법으로 자기반영
2026-10-21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