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높은데 정신과 의사 ‘0명’…인구감소지역의 이중고

이현정 기자
수정 2026-10-20 15:33
입력 2026-10-20 15:33
인구감소지역 71%, 자살률 전국 평균 웃돌아
이 중 17곳은 정신과 의사마저 ‘0명’
강원 양양, 경북 영덕, 경남 산청, 충남 청양. 지난해 자살률이 전국 평균의 1.7~1.8배에 달한 곳들이다. 이들 지역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군 전체를 통틀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단 한 명도 없다. 마음의 병을 앓아도 가까운 곳에서 도움받을 길이 없는 인구감소지역의 현실이다.
20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가데이터처와 행정안전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인구감소지역(92곳)의 70.7%는 자살률이 전국 평균인 인구 10만 명당 27.8명을 웃돌았다.
전국 자살률 상위 10개 시군구 가운데서도 강원 태백·양양, 경북 영덕, 경남 산청, 충남 청양·서천 등 6곳이 인구감소지역이었다. 태백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61.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아 전국 평균의 2.2배에 달했다.
정신건강 진료 공백도 인구감소지역에 집중됐다.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없는 전국 29개 시군구 중 25곳(86.2%)이 인구감소지역에 몰렸다. 인구감소지역 전체 92곳의 27.2%로, 4곳 중 1곳에는 정신과 의사가 한 명도 없는 셈이다. 반면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시군구에서 정신과 의사가 없는 곳은 2.9%에 불과했다. 특히 정신과 의사가 없는 인구감소지역 25곳 가운데 17곳은 자살률도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들 지역의 높은 자살률에는 고령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5.3명으로 15~64세(29.5명)보다 약 20% 높았다. 국회가 발간한 ‘인구위기와 축소사회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구감소지역 89곳의 노인 비중은 35%로 일반 지역(18.5%)의 두 배에 가까웠다. 전국적으로는 주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지만 인구감소지역에서는 3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셈이다.
자녀가 떠나고 배우자와 사별한 뒤 질병과 생활고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환경도 위기를 키운다. 인구 유출로 이웃마저 줄면 위기 징후나 건강 악화를 알아채 줄 안전망도 약해지기 쉽다.
여기에 정신과 의사가 없는 지역 주민이 진료를 받으려면 다른 시군으로 먼 길을 나서야 한다. 차편이 마땅찮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병원까지 가는 길 자체가 넘기 힘든 장벽이다. 위기 징후를 알아채더라도 실제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 채 방치되기 쉬운 이유다.
김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자체별 자살예방정책 평가에 이러한 지역별 여건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력 확보와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세줄 요약
- 인구감소지역 자살률, 전국 평균 크게 상회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없는 지역 다수 집중
- 고령화·교통 불편이 치료 공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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