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반복’ 인정돼야 스토킹… 피해자 보호망 구멍만 커진다

박은서 기자
수정 2026-10-20 14:01
입력 2026-10-19 23:55
스토킹 처벌법 5년에도 혼선 여전
원심서 추적·촬영 유죄 인정 징역형대법 “2달 간격 연락” 무죄로 뒤집혀
올 가해자 유치 인용률 23%에 그쳐
구속영장 수준 요건… 피해예방 발목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오는 21일 시행 5주년을 맞는다. 2021년 3월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을 계기로 발의 22년 만인 2021년 4월 국회 문턱을 넘은 결과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디까지가 스토킹인가’를 두고 법리적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스토킹 범죄 성립의 핵심 요건인 ‘지속성’ 이나 ‘반복성’을 둘러싸고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형사처벌 범위를 정교하게 하고, 피해 예방에 주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0월부터 두 달간 자녀들이 사는 전처 B씨의 집을 6차례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발로 차는 등 소란을 피웠다.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술을 마시지 않고 가면 전처가 문제 삼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2023년 9월 대법원은 “경미한 수준의 행위가 반복되면 상대방이 느끼는 공포심이 증폭된다”면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가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 반복된 점을 스토킹 범죄 성립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반면 차량 추적 행위를 했음에도 스토킹 범죄가 아니라고 본 사례도 있다. C씨는 2024년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D씨의 차를 발견하고 10분간 약 3㎞를 따라갔다. 두달 뒤에도 불법 유턴까지 하며 6분간 쫓아가면서 촬영도 했다.
원심은 C씨가 스토킹을 했다면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각각의 추적 행위는 불안감을 줄 만큼 지속됐다고 보기 어렵고, 2개월 넘는 시간적 간격이 있어 ‘반복성’도 인정하기 힘들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두 사례의 스토킹 성립을 갈라놓은 잣대는 지속성과 반복성이다. 통상 일회성 행위라도 상당 시간 계속돼 공포를 일으켜야 ‘지속성’을, 2회 이상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반복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여전히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태훈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하급심과 대법원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다보니 스토킹 인정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계에 따라 피해자의 공포심을 다르게 판단하기도 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을 대리했던 민고은 법률사무소 진서 변호사는 “연인이나 전 배우자 관계에서는 ‘헤어지는 과정의 연락’이라며 불안감 유발을 부정한 판결이 존재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범죄 성립을 따지는 지속·반복성 잣대가 피해자를 보호할 예방 조치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스토킹 신고 관련 법원이 결정하는 가장 강한 잠정조치인 ‘가해자의 유치장·구치소 유치’ 인용률은 2023년 50.9%에서 지난해 31.3%, 올해 8월까지 22.8%로 크게 떨어졌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도주 우려·증거인멸 우려 등과 같이 구속영장 수준의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어 잠정조치가 적극 활용되지 못한다”고 짚었다.
스토킹처벌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지속·반복성 요건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가해자 처벌용 잣대와 피해자 예방 조치에 관한 잣대를 이원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빈 경남대 법학과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의 형사처벌 범위는 엄격하게 좁히되, 피해자에 대한 예방 조치는 반복 여부를 기다릴 필요 없이 법원의 판단 하에 빠르게 취해지도록 별도의 수사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은서 기자
세줄 요약
- 지속·반복성 기준 모호, 판결 엇갈림
- 추적·연락 사례별 유죄·무죄 갈림
- 가해자 유치 인용률 급감, 보호망 약화
2026-10-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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