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관만 “법왜곡하면 파면” 규정…국경위 안에서도 우려 있었다
정회하 기자
수정 2026-10-18 17:00
입력 2026-10-18 17:00
경찰 ‘법왜곡 행위 배제징계 원칙’ 의결
중수청·공소청·법원에는 없는 규정
“경찰이란 이유만으로 너무 가혹”
경찰 “신설 징계기준, 선언적 성격”
경찰이 최근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법왜곡 행위를 저지른 경찰관을 해임·파면한다는 원칙을 발표하면서 경찰 안팎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형법상 법왜곡죄 자체가 적절성 논란이 있는데, 경찰관에게만 과도한 징계 원칙을 앞세우는 점에 대해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국경위는 지난달 21일 경찰관의 법왜곡 행위에 대해 ‘배제징계’(해임~파면)를 원칙으로 삼는 한편 수사 직무상 비위에 대해서도 징계를 강화하는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 시행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징계위원회 회부 시점은 유동적이지만 주로 송치나 기소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규정상 해임~파면은 성폭력과 성매매 행위자에게 내려지는 징계 수위다. 스토킹과 음주운전도 강등~정직 수준임을 고려하면 법왜곡죄는 그 징계 양정이 매우 강한 셈이다. 법왜곡죄에 관한 징계 기준을 세운 건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법원 등 주요 형사사법기관 중 경찰밖에 없다.
경찰관만을 법왜곡 엄중 징계 원칙의 대상으로 삼는 점은 국경위 안에서도 논란이 됐다. 회의 당시 국경위의 한 위원은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해도 경찰청이 경찰관 신분을 박탈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비위에 대해선 엄중 징계가 마땅하지만, 경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혹하게 처리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보탰다. 그러나 경찰청은 “경찰관이 다른 공무원보다 징계 양정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신설된 법왜곡 징계 양정 기준이 다른 비위와 비교해 형평성을 해칠 만큼 높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법왜곡죄는 지난 3월 시행 후 법조계에서 헌법소원 심판이 잇따라 청구되는 등 조항 자체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먼저 나서 강한 징계 원칙을 세운 건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률상 징역·자격정지 이상의 형만 규정돼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 법왜곡죄에 대해서 판결 확정 전 해임·파면할 수 있는 징계규정을 굳이 신설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경찰 수사관을 비롯해 판사·검사를 대상으로 무작위 고소·고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부추긴다. 법왜곡죄 시행일인 올해 3월 12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6개월간 고소·고발된 1만 3953명 중 경찰관이 3971명(28.5%)으로 직군 중 최다다.
일선에서는 법왜곡 남소에 시달리는 와중에 강력한 징계 기준이 더해져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수도권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수사 기피 현상 탓에 사람 구하기도 힘든데, 법왜곡 징계 소식까지 겹치며 남은 직원들의 사기도 땅바닥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도 “엄벌보다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이 필요하고, 특히 법왜곡죄는 매우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책임이 강화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엄중히 조치하는 행위로 법왜곡을 별도로 지정한 것”이라며 “이번 징계 양정 기준 신설은 선언적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도상 모순 논란이 남아있는 가운데 수사관에 대한 고소·고발 등 부작용에 대한 대안 마련이 우선이 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회하 기자
세줄 요약
- 경찰, 법왜곡 행위 해임·파면 원칙 신설
- 국경위 내부서도 형평성·과잉징계 우려 제기
- 법왜곡죄 논란과 남소 속 현장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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