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빼앗긴 노벨상 되찾은 96세 화학자…2년 연속 수상으로 기초과학 강국 확인한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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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07 20:34
입력 2026-10-07 20:34

거울상 분자의 100년 미스터리 풀어
신약 개발 판도 바꾼 佛카강·日소아이

日, 28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
2001년 노벨상 안타깝게 놓친 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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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쉬드대 명예교수(왼쪽)와 소아이 켄조 일본 도쿄이과대 명예교수  노벨재단 제공
202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쉬드대 명예교수(왼쪽)와 소아이 켄조 일본 도쿄이과대 명예교수

노벨재단 제공


2026년 노벨 화학상은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는 왜 한쪽 손만 쓸까’라는 오랜 수수께끼를 풀어낸 프랑스와 일본 화학자의 품으로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 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앙리 카강(96) 프랑스 파리쉬드대 명예교수와 소아이 켄조(76) 일본 도쿄이과대 명예교수를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기촉매 작용을 발견함으로써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거울상 분자 제어 도구를 쥐여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노벨 화학상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우선 소아이 교수는 지난해 화학상을 수상한 기카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에 이어 2년 연속 일본인 수상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소아이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 수가 28명(외국 국적 포함)으로 늘어나 명실상부한 ‘아시아 자연과학 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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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화학상은 거울상 이성질체 키랄 분자의 비밀을 풀어낸 화학자들에게 돌아겠다.  노벨재단 제공
올해 노벨화학상은 거울상 이성질체 키랄 분자의 비밀을 풀어낸 화학자들에게 돌아겠다.

노벨재단 제공


또 카강 교수는 역대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두 번째로 고령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수상 당시 최고령자는 201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던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로 97세였다. 카강 교수는 1971년 비대칭 촉매용 키랄 분자 ‘DIOP’를 개발한 이 분야 개척자임에도 불구하고 키랄 촉매에 의한 비대칭 합성 분야를 수상 업적으로 꼽았던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명단에서 빠져 프랑스 과학계가 들끓기도 했다. 2001년 당시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미국의 윌리엄 스탠디시 놀스, 배리 샤플리스, 일본의 노요리 로지 3명이었다. 카강 교수는 25년 만에 수상자로 이름을 올림으로써 뒤늦게 명예 회복을 한 셈이다.

탈리도마이드 비극 막을 궁극의 합성법자연계의 필수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과 DNA 당 분자는 왼손, 오른손처럼 생김새는 같지만 거울에 비춘 듯 서로 겹치지 않는 좌우 대칭 구조를 갖는다. 이를 거울상 이성질체 키랄 분자라고 한다. 생명체는 오직 한쪽 방향의 분자만 사용하는 동형 키랄성을 가진다. 실험실 환경에서 화합물을 합성하면 필연적으로 왼손형, 오른손형이 50 대 50으로 섞여서 나온다. 의약품도 마찬가지여서 한쪽은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다른 쪽은 치명적 부작용을 낳는다. 1960년대 입덧 치료제로 알려져 많은 임산부가 복용했다가 기형아를 출산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원하는 방향의 분자만을 100% 합성하는 것은 신약 개발 분야와 화학계에서 핵심 과제가 됐다.

이런 난제에 대해 카강 교수는 1986년 촉매의 키랄 순도와 생성물의 순도 사이에는 선형적 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일종의 ‘생성물이 촉매보다 순수해질 수 없다’라는 기존 학계의 상식을 뒤집어 돌파구를 찾아냈다. 그는 촉매 반응에서 좌우 거울상 분자가 결합한 이종 키랄 복합체가 동종 키랄 복합체보다 반응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는 순도가 낮은 촉매로 더 순수한 결과물을 얻는 ‘비선형 효과’이다. 이 원리는 현대 비대칭 촉매 설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제약이나 신소재 공정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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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이 켄조 교수가 개발한 ‘소아이 반응’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소아이 켄조 교수가 개발한 ‘소아이 반응’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소아이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국의 물리학자 찰스 프랭크가 1953년 이론으로만 제시했던 ‘절대 비대칭 합성’ 모델을 실험실에서 최초로 구현해냈다. 그는 자기 이름을 딴 ‘소아이 반응’을 만들어 냈다. 생성물 자체가 스스로 복제를 유도하는 ‘비대칭 자기촉매 반응’으로 이 반응이 반복될수록 같은 손 모양의 화합물 순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0.00005%의 거울상 이성질체를 이용해 세 차례의 반복 공정만으로 99.5% 이상의 완벽에 가까운 순수한 거울상 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증폭되는 것을 발견했다. 소아이 교수는 외부 키랄 촉매가 전혀 없어도 반응 초기의 우연한 차이가 한쪽 방향의 물질을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정 실험을 37번 반복하자 한쪽이 18번, 다른 쪽이 19번 우세하게 나타났는데 어느 쪽이 우세할지는 우연이 작용하지만 일단 앞서 나간 쪽이 반응 전체를 장악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노벨 화학위원회는 “이들이 발견한 비선형 효과는 생명의 기원을 좇는 기초 과학적 난제의 해결책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은 물론 향료, 농약을 만드는 화학자들에게 반응을 이해하고 최적화하는 필수 도구를 쥐어준 셈”이라고 이들의 업적을 평가했다.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은 1200만 스웨덴크로나(16억 128만원)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프랑스·일본 화학자, 2026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
  • 비선형 효과·자기촉매 반응으로 거울상 분자 비밀 규명
  • 일본, 2년 연속 수상으로 기초과학 강국 위상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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