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아기 낳을지도” 수상 이틀 뒤 출산 ‘그 여배우’, 102세로 별세… “자택서 자연사”

이정수 기자
수정 2026-10-07 13:11
입력 2026-10-07 13:05
세줄 요약
- 에바 마리 세인트, 102세로 LA 자택서 자연사
- ‘워터프론트’ 데뷔작으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등 대표작으로 활약
‘워터프론트’ 영화 데뷔 직후 여우조연상
‘슈퍼맨 리턴즈’ 마샤 켄트 역으로도 익숙
97세까지도 팟캐스트 출연하는 등 활동
할리우드 영화 ‘워터프론트’(1954),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등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 미국의 유명 배우 에바 마리 세인트가 6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2세.
미국 뉴욕타임스(NYT), CBS 등에 따르면 고인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에바 마리 세인트가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세인트는 영화 데뷔작인 ‘워터프론트’로 단숨에 오스카(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 영화에서 그는 부두 노동자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마피아 보스의 부하들에게 오빠를 잃은 에디 도일을 연기했다. 에디는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권투 선수 테리 말로이와 사랑에 빠진다. 여자 주인공 배역이었으나 브란도 중심의 영화라 제작사가 여우조연상 후보로 등록했고, 그는 첫 영화로 오스카 수상에 성공했다.
세인트는 당시 시상식에서 만삭의 몸으로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외관으로도 임신 중임이 뚜렷하게 보였던 그는 수상 소감에서 “지금 여기서 아기를 낳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틀 후 아들 대런이 태어났다.
1924년 뉴저지주(州)에서 태어난 세인트는 타이어 제조업체 임원인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오하이오 볼링그린 주립대에 진학해 대학 연극을 통해 연기를 접했고, 라디오 연속극을 시작으로 TV에도 진출했다. 1953년 TV 드라마 ‘바운티풀 가는 길’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같은 작품이 무대로 옮겨가면서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했다.
‘워터프론트’로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를 마친 세인트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통해 또 하나의 대표작을 남겼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그는 수수께끼의 스파이인 금발 미녀 이브 역을 연기했다.
이외에도 ‘엑소더스’(1960), ‘올 폴 다운’(1962), ‘36시간’(1964), ‘그랑프리’(1966), ‘러빙’(1970) 등에 출연했다.
1970년대부터는 다시 TV와 연극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1990년에는 ‘피플 라이크 어스’를 통해 첫 에미상을 받았다.
노년에도 간간이 연기 활동을 이어갔고 ‘슈퍼맨 리턴즈’(2006)에서 양어머니인 마사 켄트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세인트는 1951년 감독 겸 프로듀서인 제프리 헤이든과 결혼했고, 두 사람은 2016년 헤이든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했다.
자신의 커리어보다 가족이 우선이라고 말해왔던 세인트는 1년에 영화는 한 편씩만 찍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는 2014년 CBS ‘선데이 모닝’에 출연해 “예전에 제 에이전트 한 명이 저보고 영화를 훨씬 더 많이 찍으라고 했다. 그래서 저는 ‘안 돼요. 1년에 한 편도 못 찍어요. 어린아이들이 있거든요’라고 했다”며 “그랬더니 그 사람이 ‘그럼 슈퍼스타는 못 되겠네요’라고 하길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에이전트는 어떻게 됐나’라는 질문을 받자 “해고했다”고 답했다.
세인트는 97세의 나이에도 팟캐스트 시리즈에 출연하는 등 정정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유족으로는 2명의 자녀와 4명의 손자녀, 2명의 증손자녀 등이 있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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