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수사관 사칭하며 “대포통장 발견돼”
검찰·경찰 사칭 보이스피싱이 중수청까지 사칭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가 등장했다. 금융범죄 조직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발견됐다며 조사를 요구하는 전형적인 ‘수사기관 사칭형’ 수법이다. 중수청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전 기관 이름을 내건 보이스피싱이 먼저 등장하면서 신설 수사기관에 대한 정보 부족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40대 남성 A씨는 전날 개인 휴대전화 번호(010)로 자신을 ‘중수청 김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이 여성은 “경기도 수원에서 김모씨를 중심으로 한 금융범죄 사기단을 검거했는데, 현장에서 압수한 통장에 A씨 명의로 된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통장이 발견됐다”며 “본청으로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농협은행 계좌를 만든 적이 없다’고 답하자 해당 여성은 “직접 방문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조만간 관련 등기가 발송될 예정이며 다음 주 금요일 전까지 방문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기한까지 제시했다.
수상함을 느낀 A씨가 ‘보이스피싱 혹은 스미싱이 아니냐’고 묻자 상대방은 오히려 “의심되면 본청에 확인해보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반적인 보이스피싱처럼 곧바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인터넷주소(URL)를 보내지는 않은 채 통화는 끝났다. 중수청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결과 김모씨와 같은 이름의 수사관은 있었지만, 발신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수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으로 보이며 대포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사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검찰이나 경찰 수사관을 가장해 일반 시민들에게 접근했다. 수사기관을 사칭해 불안감을 조장한 뒤 “대포통장이 발견됐다”며 계좌번호를 요구하거나, 거액의 송금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보이스피싱처럼 신설 조직인 중수청이 사칭 대상으로 등장하는 경우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들이 중수청의 조직이나 업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수청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중수청을 사칭한 범죄가 먼저 등장한 셈이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엔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고 기관사칭형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출범 초기라 어수선할 수 있겠지만 보이스피싱 수사 맡은 만큼 범죄 피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국민들께 빠르게 홍보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종민·박다운 기자
세줄 요약
- 중수청 출범 나흘 만에 사칭 전화 등장
- 대포통장 발견 명목으로 조사 요구
- 신설 기관 정보 부족 악용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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