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지표 ‘호황’… 국민 살림살이 ‘불황’
이준호 기자
수정 2026-10-04 23:57
입력 2026-10-04 23:57
지표·체감 간극 커진 한국 경제
수출 첫 1조달러·성장률 3.7% 전망물가 상승에 실질임금 넉 달째 하락
“내수 산업의 경쟁력·회복력 높여야”
한국 경제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수출액은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가 가시화했고, 세수는 풍년 수준을 넘어 별도의 돈주머니(미래대응기금)를 만들 정도로 넘쳐흐를 전망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초체력(잠재성장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3.7%)까지 오를 거란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국민의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물가가 올라 쓸 돈은 없고, 고금리 기조 속에 대출 갚는 데 허리가 휘고 있다. 국가는 호황인데 국민은 불황인 성장의 괴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앞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1.66%로 추정했다. 한국이 올해 모든 노동·자본·기술을 총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창출할 수 있는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국부를 창출할 거란 전망이다.
원동력은 반도체 호황이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11월이면 꿈의 수출 1조 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 대국 일본도 가 보지 못한 세계 4위 수출 대국에 한국이 먼저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수출 증가는 세수 확대로 이어지며 나라를 세금 부자로 만들었다. 올해 초과 세수만 63조 2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넘치는 세수로 내년 200조원에 이르는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많이 걷힌 세금을 별도로 떼어 내 아껴 두고 쓰려는 것이다.
경제 지표는 호황을 가리키지만 국민 체감 경기는 바닥이다. 경제가 살아나도 팍팍한 국민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먹고살 만하다는 걸 보여 주는 지표는 ‘소비’다. 지난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1.8% 감소하며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민이 지갑을 열지 않은 이유는 가처분소득 즉, 여윳돈이 줄어서다. 지난 7월 1인당 실질임금(물가를 반영한 임금)은 360만 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 2000원(0.3%) 감소했다. 지난 4월부터 넉 달 연속 ‘마이너스’로, 2023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긴 하락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2.9%를 기록하며 3%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SK텔레콤의 요금 50% 감면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물가 오름세는 오히려 확대됐다”며 “10월 물가 상승률은 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이 오르는 속도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올라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에 괴리가 발생하는 건 경제를 지탱하는 두 날개인 ‘수출과 내수’ 중 수출이 나 홀로 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피부로 겪는 건 내수 경기인 만큼 전문가들도 내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호황이 내수로 확산하는 연결고리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면서 “수출 호황의 과실을 단순히 나눠 주는 방식보다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 재정사업을 통해 내수 산업의 경쟁력과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준호 기자
세줄 요약
- 수출 1조달러·성장률 3.7% 전망
- 실질임금 넉 달째 하락, 소비 위축
- 내수 회복 위한 정책 필요 제기
2026-10-05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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