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월급 1.5배↑ 반전…‘억대 연봉’에 청년들 몰렸다 [월드픽]
하승연 기자
수정 2026-10-04 22:13
입력 2026-10-04 18:27
日청년층 사이 건설·토목 등 ‘블루칼라’ 직종 인기
건설·토목 분야 최근 6년 사이 평균 월급 1.5배↑
일본에서 심각한 구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건설·토목 등 현장 노동을 담당하는 ‘블루칼라’ 직종이 청년층 사이에서 새로운 인기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일 시즈오카방송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건설·토목 등 현장 직종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봉 1000만엔(약 8600만원) 이상을 목표로 현장직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배경에는 극심한 인력 부족과 AI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AI가 사무직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반면, 숙련된 현장 노동은 AI만으로 대체하기 어려워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직종별 평균 월급 조사에서 건설·토목 분야는 최근 6년 사이 평균 월급이 1.5배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에 있는 건설업체 ‘헤이세이건설’에는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장직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매년 늘고 있다. 입사 2년 차인 한 직원은 “자격증을 따고 본인이 노력하면 연봉 1000만엔, 2000만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블루칼라 직종은 체력뿐 아니라 숙련된 기술을 익히려는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만큼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센터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결국 높은 소득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현장 업무에도 디지털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태블릿PC로 도면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작업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블루칼라 직종이 사람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아날로그 영역’인 동시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시즈오카방송은 전했다.
● 배관공·열쇠공…美서도 ‘블루칼라’ 열풍
● 특히 여성들에 인기…“중산층 진입 기회”이 같은 현상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여성들이 사무직 대신 배관공·정비사 등 육체노동 중심의 ‘블루칼라’ 직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채용 플랫폼 ‘레쥬메템플릿’이 14~29세 미국인 12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건설·전기·냉난방·배관·자동차 수리 등 기술직에 종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여성들에게서 두드러졌다.
뉴욕에 거주하는 사하르 요나(27)는 열쇠공으로 일하며 미국 여성 전체의 상위 12%, 30세 미만 성인 가운데 상위 8%에 해당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를 준비하는 대신 학업을 중단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요나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았다”며 “공부는 잘했지만 정말 돈을 벌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취업을 위해 대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10만 달러를 훌쩍 넘는 대학 등록금과 AI의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직접 기술을 익혀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술직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Z세대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미국 전역에서 연령대와 관계없이 정규직 사무직 대신 기술직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정비사 등 전통적으로 남성 비중이 높았던 직종에도 여성들의 진입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에서 30년 넘게 배관공으로 일하며 연간 12만 달러(약 1억 6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주달린 캐시디(56)는 여름 캠프를 열어 6~17세 소녀들에게 배관을 비롯한 건설·엔지니어링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캐시디는 “많은 아이들이 기술직이 중산층에 진입하고 부를 쌓을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며 “기술을 배우면 현장에서 일할 수도 있고 배관 설계나 엔지니어링, 견적 분야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뉴욕에서 고소득 배관공은 연간 14만 9000달러(약 2억 20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전체 배관공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3.1%에 불과하지만, 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기술직을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사무직보다 AI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술을 익히기 위한 초기 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전문 자격증이나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한 전문가는 여성의 기술직 진출 증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진입 장벽이 낮고 임금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이 성급하게 육체노동 직종에 뛰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승연 기자
세줄 요약
- 일본, AI 확산 속 블루칼라 고소득 직업 부상
- 건설·토목 임금 6년간 1.5배 상승, 청년 유입
- 미국도 여성·Z세대 중심 기술직 선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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