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존치’ 판결에…찬반 갈등은 여전

민경석 기자
수정 2026-10-01 14:40
입력 2026-10-01 14:40
세줄 요약
-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 청구 기각
- 대구시 사용·관리권 인정, 안전상 문제 부정
- 항소 가능성 속 찬반 갈등 지속 전망
동대구역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동상 존치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법 민사11부(부장 권준범)는 1일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동상 철거(구조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단은 지난해 1월 대구시가 사전 동의나 협의 없이 동상을 세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구시가 동대구역 고가교 완공 무렵부터 실질적인 소유자처럼 사용·관리했고, 상부 광장 완공 이후 동상이 건립될 때까지 7년간 각종 시설물을 설치·관리·운영하는 과정에서 철도공단이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피고의 사용, 관리권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로 인해 동대구역 고가교의 구조상, 안전상 위험 등이 발생해 이를 철거하지 아니하면 안 될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사정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로 동상은 자리를 지키게 됐지만, 국가철도공단의 항소 여부에 따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박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정상환 변호사는 이날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동대구역에 있는 수많은 시설물을 사실상 대구시가 전부 관리해 왔는데 유독 박 전 대통령 동상 하나만 물고 늘어지는 건 권리 남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공단은 역사적 평가와 시민 여망을 받들어서 항소를 포기하고 백해무익한 이 소송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동상 철거를 주장해 온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판결을 두고 “헌법이 천명한 자주독립 정신과 민주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금수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 운동본부 정책기획팀장은 “이번 판결은 법 정의는 물론이고 역사 정의에도 위배되는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대구시가 홍준표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24년 12월 예산 6억원을 들여 동대구역 광장에 세웠다. 동상은 박 전 대통령이 1965년 9월 추수를 하며 웃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대구시는 선고 결과에 대해 “그동안 주장한 광장 사용권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판결문을 받는 대로 법리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부는 아직 살아있다는 안도감에 한시름 놓았다”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자기들이 숭상하는 인물들은 곳곳에 동상을 설치해놓고 상대진영의 인물 동상만 철거하라는 좌파들의 억지 논리는 나라를 멍들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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