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두 개의 고향을 가진 아이들 다문화가족의 명절과 이중언어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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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9-30 10:18
입력 2026-09-30 10:18
세줄 요약
  • 다문화가족 증가와 명절 의미의 확장
  • 두 문화가 만나는 추석과 가족 이야기
  • 이중언어가 잇는 뿌리와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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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박구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추석과 설날은 우리나라의 대표 명절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가족의 모습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하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한 가족으로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 다문화가구원은 2018년 100만 명에서 2024년 124만 명으로 늘었다. 미성년 다문화가족 자녀도 같은 기간 24만 명에서 32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제 다문화가족은 특별하거나 낯선 가족이 아니다. 이웃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여러 가족의 한 모습이다.

다문화가족에게 추석은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다. 송편을 빚고 함께 식사하며 한국의 명절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동시에 부모가 자란 나라의 명절과 음식, 가족 문화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선 음식이나 의례, 가족 안에서 맡는 역할이 적응해야 할 과제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쪽 문화에 일방적으로 맞추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고 존중한다면, 명절은 두 문화가 만나는 시간이 된다. 어느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두 문화가 한 가족 안에서 새로운 가족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두 개의 고향을 가진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은 더욱 뜻깊다. 아이들은 한국의 명절을 보내며 한국 사회와 가족 문화를 배운다. 그러면서 부모가 나고 자란 나라의 언어와 문화도 접한다. “엄마 고향에서는 명절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아빠는 어릴 때 명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같은 이야기는 부모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두 문화를 똑같이 존중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에게 두 개의 고향은 하나를 골라야 하는 고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세계를 넓혀 주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언어’다. 이중언어는 단지 두 가지 말을 할 줄 안다는 뜻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마음으로 이어지는 통로다. 자녀가 부모의 모국어를 알면 부모는 물론 조부모, 친척들과도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부모가 어린 시절의 경험과 감정을 그 언어로 들려주면, 아이는 부모의 문화적 배경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두 언어를 쓰며 자란 경험은 아이가 자신의 뿌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데에도 소중한 자산이 된다.

물론 가정에서 두 언어를 함께 쓰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이가 학교와 일상에서 주로 한국어를 쓰다 보면 부모 나라의 언어를 쓸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한국어가 서툰 부모는 자녀와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공부를 도와줄 때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이중언어를 가족이 노력과 의지만으로 지켜야 할 과제로 여겨서는 안 된다. 아이의 성장 단계와 가정환경에 맞춰 두 언어를 무리 없이 익힐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전국 가족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가족의 언어와 문화, 관계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여러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 자녀의 언어발달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경우 언어교육과 부모 상담을 제공한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다문화가족에게는 이중언어 교육도 지원한다. 이중언어 교육의 목적은 외국어 하나를 더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언어적 강점을 키우고, 부모와 더 단단한 관계를 맺고, 두 문화를 이해하는 힘으로 가능성을 넓혀 가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시선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다문화가족 자녀가 사용하는 부모 나라의 언어를 한국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로 바라보거나,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적응해야 할 차이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두 언어를 이해하고 두 문화를 경험하며 성장한다는 것은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와 고향, 언어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려면 가정뿐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도 그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번 추석에는 명절이 가진 의미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보기를 바란다. 어떤 가족에게 추석은 고향으로 향하는 시간이지만, 두 개의 고향을 가진 가족에게는 서로 다른 고향의 이야기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앞으로도 다문화가족을 비롯한 모든 가족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가족정책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두 개의 언어와 두 개의 문화가 아이들에게 부담이 아니라 자긍심이 되고, 서로 다른 고향을 가진 가족들이 그 다름을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박구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본 기사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공동 기획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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