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이중 대응’ 지자체 60곳… 탄소배출권산업협회 “이듬해 나오는 결과보고서로는 그해 대응 못 해”
수정 2026-09-29 17:33
입력 2026-09-29 17:33
세줄 요약
- 지자체 60곳, 온실가스 이중 대응 대상 확인
- 결과보고서 사후 방식 한계, 연중 관리 전환 제안
- AI·데이터 플랫폼으로 감축·배출권 동시 대응
- 기존 규제대응 용역의 예산·과업 범위 안에서 수행 방식 전환… 감축실적(KOC)은 지역 탄소중립 재원으로
한국탄소배출권산업협회(이하 협회)는 29일 지자체의 온실가스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은 한 해가 끝난 뒤 결과보고서를 쓰는데, 이를 AI·데이터 플랫폼으로 연중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협회는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에 공개된 제4차 계획기간 할당대상업체 명단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에 함께 대응해야 하는 지자체는 모두 60곳이었다. 서울·부산·인천 등 광역자치단체 10곳과 수원·용인·화성·고양·창원·청주 등 기초자치단체 50곳이다.
협회는 “결과보고서가 이듬해에야 나오는 지금 구조에서는 정작 그해에 감축 조치를 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청사와 공공시설 전반의 감축 이행실적을 목표관리제에 따라 보고해야 한다. 여기에 소각시설, 자원회수시설, 수처리시설 같은 환경기초시설의 배출량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로도 지정된다. 이 경우 명세서 작성, 모니터링, 제3자 검증, 배출권 제출까지 맡아야 한다.
제도는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53~61%로 정해졌다.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사전 할당량은 제3차보다 17.9% 줄었다. 배출권이 모자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배출량이 할당량을 넘었다는 사실을 이듬해 명세서를 쓰면서야 알게 되면, 제출 기한에 쫓겨 배출권을 사느라 예상하지 못한 재정 지출이 생길 수 있다.
현행 용역은 이듬해에 전년도 실적을 산정해 결과보고서를 만드는 사후 정리 방식이다. 상당수 지자체가 매년 외부 용역으로 보고서를 만든다. 담당자는 부서·시설별 전기·가스·연료 사용 자료를 모으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게다가 보고서를 납품하면 용역이 끝나 산정 근거와 원자료가 체계적으로 남지 않는다. 담당자나 용역사가 바뀔 때마다 배출 현황을 처음부터 다시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순환보직이 일상인 공직 사회에서 담당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협회가 내놓은 해법은 ‘플랫폼형 규제대응 수행 방식’이다. 별도의 대형 정보화사업이 아니라 매년 발주해 온 규제대응 용역의 예산과 과업 범위 안에서 수행 도구를 데이터 플랫폼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협회는 지자체별 여건에 맞춰 용역 과업에 플랫폼 활용을 포함하는 등 도입 경로를 함께 검토해야 하며, 외부 클라우드 플랫폼을 쓸 경우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 공공부문 보안 요건 충족 여부를 발주 단계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을 쓰면 청사·시설별 에너지 사용 자료를 월 단위로 모아 배출량을 자동으로 산정하고 현황판(대시보드)에 보여준다. 쌓인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연말 예상 배출량을 미리 가늠하고, 평소와 다른 에너지 사용 패턴도 일찍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반기 실적이 목표를 웃돌면 하반기 에너지 사용 관리, 설비 운영 조정, 감축사업 조기 추진 같은 대응책을 그해 안에 마련할 수 있다. 배출권을 언제, 얼마나 확보할지도 미리 계획할 수 있다. 담당 부서와 의사결정권자가 같은 자료를 보며 방향을 정할 수 있고, 연말에 목표관리제 이행실적과 배출권거래제 명세서를 작성하기도 한결 쉬워진다. 협회는 용역이 끝날 때 데이터를 표준 형식으로 넘기도록 과업에 명시해, 사업자가 바뀌어도 이력을 이어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적된 데이터는 재원 발굴로도 이어진다. 관리 경계 밖에서 이뤄져 규제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 감축활동은 요건을 갖추면 온실가스 감축 외부사업으로 등록해 인증실적(KOC)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시 소유 자산이지만 할당대상업체의 관리 경계 밖에서 운영되는 점을 인정받아 2024년 지자체 최초로 외부사업 승인을 받은 것이 대표 사례고, 고효율 LED 가로등 교체도 외부사업으로 추진된 바 있다. 다만 규제 실적과 감축량이 이중으로 계상되지 않는지 등 등록 요건은 사업 단계에서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인증실적은 배출권(KCU)으로 전환해 거래하거나 상쇄 한도 안에서 자체 배출권 제출에 쓸 수 있고, 수익은 관내 탄소중립 사업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다시 투입할 수 있다.
김동열 협회장은 감축 목표가 높아질수록 결과를 사후에 정리하는 방식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짚으며 “매년 쌓이는 데이터가 지자체의 자산으로 남아 새로운 감축 성과와 재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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