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트럼프 전격 회동, 북핵 대응 보폭 긴밀히 조율해야
수정 2026-09-23 23:18
입력 2026-09-23 20:33
李 “효과 없는 제재, 핵무기 중단 교환”
한미 정교히 소통, 비핵화 진전 이뤄야
뉴욕 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정상회담을 하고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힌 뒤 한미 정상이 먼저 회동한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 정상이 약 30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며 회담에서 양 정상은 최근 두 나라 간 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로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고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도록 긴밀한 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 있던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메이커로 북미 대화를 성사시킨 뒤 남북을 포함한 다자 대화를 이어 가겠다는 뜻을 국제무대에서 천명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과 어떤 내용의 대화에 나설 것이냐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단계적 접근법을 거듭 강조했다. 미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핵에 대해 ‘폐기’가 아닌 ‘동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어차피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은 제재와, 추가적인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의 중단을 교환하는 거래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며 대북 제재 완화 카드도 시사했다.
그러나 단계적 접근법은 6자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협상에서 번번이 좌절됐던 만큼 고도의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영변 핵시설 동결에만 그치면 비핵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북한의 몸값만 올려 주게 된다. 특히 대북 제재 효과가 없다며 핵무기·미사일 중단과 교환하는 거래는 무엇보다 위험천만하다.
북한이 미국과 만나려는 큰 이유가 제재 해제다. 동결만으로 제재 해제를 얻어낸 뒤 다시 핵 개발에 나서는 악순환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핵보유국 인정 발언까지 한 마당이다. 군축 협상으로 흘러갈 경우 비핵화는 더욱 요원해진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핵 없는 한반도’는 협상 문턱만 낮출 것이 아니라 비핵화라는 목표가 흔들리지 않아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조율해 북핵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거둘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26-09-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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