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먼저, 더 크게 휘청… K금융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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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기자
수정 2026-09-08 18:17
입력 2026-09-08 18:17
세줄 요약
  • 원달러 환율·코스피 급등락, 변동성 확대
  • 얕은 외환시장·높은 개방도, 자금 유출입 민감
  • 반도체 쏠림과 수급 충돌, 레버리지 확대
①경제 규모에 비해 얕은 외환시장
국내 외환 거래, 전세계 0.7% 수준
일평균 변동률은 주요국 중 2번째

②외국인 자금에 민감한 높은 개방도
위기 상황서 한국 증시부터 처분
펀더멘털보다 자본이 환율 좌우
③반도체 쏠림 심화된 증시
코스피 시총 비중 55% ‘삼전닉스’
“한국 증시 ‘반도체 펀드’처럼 됐다”

④수급 충돌&레버리지
환차익 노린 투기성 자본 침투 우려
개인 3조 순매도 코스피 소폭 하락
이미지 확대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가 짧은 시차를 두고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환율과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 걱정이었지만 최근에는 원화가 가파르게 강세로 돌아서고 코스피도 큰 폭으로 오르내렸다. 오르느냐 내리느냐보다 움직이는 속도와 폭이 더 큰 위험이 된 것이다. 글로벌 충격과 대규모 자금 이동을 국내 시장이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키우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신문이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6명에게 최근 변동성이 커진 이유를 물은 결과, 진단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됐다. ▲경제 규모에 비해 얕은 외환시장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민감한 높은 개방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쏠린 증시 ▲투자 주체 간 수급 충돌과 레버리지 상품이다.

우선 한국 외환시장은 경제와 무역 규모에 비해 충분히 크지 않다. 시장이 얕으면 외국인 자금이나 기업의 달러 매매가 조금만 몰려도 환율이 크게 움직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보다 작은 나라는 많다”며 “문제는 무역과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외환시장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내 외환시장 거래액은 2025년 4월 기준 하루 평균 857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0.7%에 그쳤다. 지난 7월 원화의 하루 평균 변동률은 0.53%로 러시아 루블화에 이어 주요국 통화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외국인 자금이 쉽게 드나드는 시장 구조도 변동성을 키운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외국인은 현금화하기 쉬운 한국 주식과 원화부터 처분할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은 가장 빨리, 손해를 덜 보고 팔 수 있는 자산부터 처분하는데 한국이 그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경제성장률이나 한미 금리 차, 경상수지 같은 기초체력보다 자금의 움직임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는 1403억달러로 전년의 두 배를 넘었다. 올해 2분기 비금융 민간기업의 달러 매도액도 1년 전보다 71.5% 증가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2년 동안은 자본 유출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나 두 회사의 주가가 움직이면 코스피 전체가 함께 출렁이는 구조다. 지난 6월 말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까지 높아졌다. 양 교수도 “코스피가 사실상 ‘반도체 펀드’처럼 됐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의 하루 수익률 변동성은 3.6%로 36개 주요국 평균 1.2%의 세 배일 정도로 출렁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기관·개인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매매하는 수급 충돌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이미 커진 주가 움직임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커진 변동성이 다시 투기성 자금을 끌어들이고 경제주체의 판단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그 장세를 이용해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변동성이 커지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투자자와 기업, 가계의 시각이 근시안적으로 바뀐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도 “금리·환율·주가는 경제주체에게 신호를 주는 가격인데, 크게 흔들리면 가격을 통한 자원배분 기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정부도 급격한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문지성 국제경제관리관 주재로 은행 관계자들과 외환시장 간담회를 열고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시장 개입과 같은 단기 대응을 넘어 대규모 자금 이동을 흡수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해외 금융중심지에 원화 현물환 시장을 열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원화 거래를 국내 시장으로 흡수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날 시장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스피는 오픈AI발 반도체 기대에 장중 7171.52까지 올랐지만 개인이 3조 533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결국 전 거래일보다 0.58% 내린 6954.5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1원 오른 1345.6원으로 5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4달러를 넘어선 데다 수입업체의 달러 매수와 국민연금의 환헤지 중단 소식이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서울 김예슬·서유미·황인주·세종 박기석 기자
2026-09-09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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