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트럼프식 막무가내와 미국 국력
수정 2026-09-09 01:37
입력 2026-09-08 21:44
즉흥적이고 저급한 트럼프 리더십
상대해야 하는 백척간두 대한민국
안보를 정쟁으로 다툴 여유 없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리더십은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을 심한 혼란 속에 빠뜨리고 있으며 전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권 초기에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약으로 그가 미국의 경제와 지도력을 회복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그의 리더십 행사 방식을 보고 세계를 위태롭게 하겠다는 우려가 커졌는데 지금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집권하면 우크라이나전을 하루 만에 종전시켜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시키고 중국과의 대결에 힘을 집중해 미국은 물론 서방의 위상을 지킬 것이라 공언했었다.집권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는 공약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몇 주 안에 끝낸다던 이란과의 전쟁은 이제 끝을 알 수 없는 소모전이 될 양상이다. 우크라이나전은 물론 불필요한 이란전까지 장기전으로 이어지게 되면 세계 정세는 정말 암울해질 것이다.
MAGA는 미국 국력을 회복시켜야 가능해진다. 국제정치학에서 국력의 4대 요소를 묶어 DIME이란 용어로 부른다. 외교(Diplomacy), 정보(Information), 군사(Military), 경제(Economy)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즉 미국 국력의 회복은 이 4개 분야가 골고루 잘 작동해야 가능해진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은 이들 분야를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
외교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피아 구별을 하지 못한다. 그의 외교정책 기준은 미국과 동맹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자기의 공명심과 거래적 이익에 누가 도움이 되는지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그의 변덕스러운 정책에 군사적, 금전적으로 도움이 안 되면 동맹국이라도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적성국이라도 자신의 공명심에 도움이 되거나 거래적 이익이 된다면 추파를 던지는 행태를 보인다. 그 결과 동맹의 결속이 약화되고 미국이 고립되면서 반대 진영의 자신감과 결속을 더욱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정보는 결국 미국의 신뢰성, 소프트파워를 말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인해 전 세계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신뢰도가 중국보다 더 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홍보기관인 USAID도 폐지하고 공공외교 예산은 대폭 감축해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군사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킨 후 이를 수습하지도 못해 미군 병사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주요 무기 재고는 바닥이 나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에 비해 수적 열세라는 분석이 많은데 아시아의 전력을 유럽과 중동으로 이전 배치하는 패착을 보여 패권 경쟁에서도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경제와 관련, 그는 경제의 체질 개선과 부의 순환구조를 개혁해 미국 경제를 내부에서 회복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외국을 압박해 관세를 더 걷고 또 외국 공장을 미국에 이전시켜 경제회복을 기하려는 외부 의존적 방식을 택하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또한 이런 방법은 다시 미국의 리더십과 신뢰도를 더 깎아 먹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그의 리더십은 참으로 즉흥적이고 저급하기까지 하다.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독단적 리더십이지만 스스로를 위대한 지도자로 여기고 있다. 그의 주변에서 아무도 그의 독단적인 정책 결정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참모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그는 백악관을 비롯한 주요 건축물을 왕실처럼 바꾸고 심지어 미 항공모함을 자기 취향에 맞춰 2차 대전 당시 양식으로 재건조하라 했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우리는 날로 심각해지는 한반도 정세 속에 이런 미국 대통령을 상대해야 하므로 우리 내부에서 안보를 정쟁용으로 삼아 다툴 여유가 전혀 없다.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백척간두를 헤쳐 나가는 마음으로 외교·안보 정책의 한 수 한 수를 다져 나가지 않으면 언제 황망한 변을 당할지 모른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2026-09-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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