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역사는 ‘공간을 읽는 역사’였다. 광활한 초원을 누비며 대륙으로 뻗어 나간 유목민들은 태양과 별을 보고 방향을 가늠했고, 산과 강을 이정표 삼아 이동했다. 몽골 제국이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한 배경에도 이러한 공간 감각과 역참을 비롯한 촘촘한 정보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 몽골이 공간을 파악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별과 지형 대신 위성과 좌표를 보고 위치를 주소와 데이터를 통해 기록한다. 국토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구축하는 일은 이제 몽골의 행정과 산업, 국민의 삶을 바꾸는 국가 인프라가 되고 있다.
그 변화의 길에 대한민국의 공간정보기술이 함께하고 있다. 몽골은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전체 면적의 0.3%에 불과한 수도(울란바토르)에 인구의 약 50%가 집중돼 있고 전통 가옥인 게르가 밀집한 지역도 광범위하다. 유목 생활의 영향으로 정확한 주소가 없는 곳이 많았고 주소체계가 달라 행정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컸다. 주소가 없으니 아이가 태어나도 행정등록이 늦어지고 구급차나 소방차가 출동해도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몽골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식 주소체계와 영국식 격자체계 등을 도입했지만 국가 행정에 안착시키기가 어려웠다. 최종 선택은 ‘K 주소’였다. 대한민국은 도시와 농촌, 산악과 평원을 아우르며 도로명주소뿐만 아니라 산악·들판 등의 ‘사물주소’, 실내·지하의 ‘공간주소’까지 도입해 촘촘한 주소망을 구축했다. 행정과 국민 생활에 안착시킨 성공 경험과 노하우도 강점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와 몽골의 인연은 깊다. 2005년 지적측량 교육협력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이어진 양국의 협력은 토지와 지적을 넘어 주소정보로 확장되고 있다. LX공사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제안한 ‘몽골 주소정보 현대화 지원 사업’이 KOICA 공공협력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지적측량과 공간정보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본격 투입하게 됐다. 토지·도로·건물의 주소체계를 재정립하고 기존 토지정보와 연계해 행정과 국민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소는 사람과 토지, 건물, 산업과 행정정보를 위치정보로 연결하는 국가 데이터의 기준점이다. 주소정보가 구축되면 정부는 과세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재난·응급 상황 대응력을 높이며 민간에서는 배송과 물류 등 새로운 기반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다. 파급효과는 이미 시작되었다. K 주소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확산되고 있고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에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몽골에서 시작된 LX공사의 도전은 K 주소를 넘어 지적측량·공간정보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초원을 가로질러 세계를 연결했던 길 위에서, 이제 K 주소의 새로운 길이 열리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