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품은 이들에 건네는 삶의 위로
김임훈 기자
수정 2026-09-09 00:53
입력 2026-09-08 20:00
K애니메이션 ‘아가미’ 개봉
세상과 갈라놓은 낙인 같은 숨구멍고립된 존재의 감정 색채 통해 전달
엣나인필름 제공
선홍빛 상처로 숨 쉬는 소년이 있다. 흉터처럼 벌어진 목의 아가미는 그를 세상과 갈라놓은 낙인인 동시에 타인의 상처를 마주하게 하는 숨구멍이다. 짙고 고요한 물속으로 침잠하는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는 고립된 존재들이 서로에게 닿는 과정을 환상적인 색채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가미’가 9일 개봉한다. 안재훈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어린 시절 사고로 물에 빠진 뒤 아가미가 생긴 소년 곤(정해인 분)의 이야기다. 곤은 다리에서 사고를 당한 직장인 해류(이청아 분)를 구하고, 해류는 자신을 구한 낯선 존재의 비밀에 다가간다.
안 감독은 지난달 26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원작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아름다운 한국어 문체를 애니메이션의 언어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곤에게 물은 공포의 근원이지만, 검고 깊은 물속에서 아가미와 오색 비늘은 그를 규정하는 새로운 상징이 된다. 영화는 물결의 반짝임보다 짙은 푸른빛과 가라앉은 움직임을 택한다. 물은 곤이 있는 그대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면서도 그를 세상의 외곽에 머물게 한 경계다.
곤과 강하(강하늘 분)의 관계는 영화가 상처를 다루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강하는 곤을 거칠게 대하고, 강바닥에서 돈이 될 물건을 찾아오게 한다. 때로는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겉으로는 곤을 통제하고 괴롭히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행동에는 곤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날지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그를 지키려는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물들의 감정 표현은 절제돼 있다. 시선을 피하고, 말끝을 흐리고, 침묵한다. 안 감독은 시사회에서 “캐릭터뿐 아니라 동작을 통해서도 한국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반응할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이 작품이 지구나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한 사람 정도는 스스로의 삶을 구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물속의 상처를 숨구멍으로 바꾼 곤의 이야기는 그렇게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다가간다.
김임훈 기자
세줄 요약
- 구병모 원작 애니메이션 ‘아가미’ 9일 개봉
- 물속 상처를 숨구멍으로 바꾼 소년 곤의 서사
- 고립된 존재들의 만남과 위로를 섬세하게 묘사
2026-09-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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