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인데, 미군과 전쟁 중인 국방장관 [글로벌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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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수정 2026-09-09 00:54
입력 2026-09-08 18:09

시험대 오른 헤그세스의 미군개혁

육군 현대화 주도한 드리스콜 장관
헤그세스와의 마찰 끝에 결국 사표
육참총장·해군장관에 육군장관까지
전쟁 중에 공석 된 초유의 사태 발생

인사 기준,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
장성 감축 외치며 외모 기준 제시도
트럼프는 여전히 헤그세스 전폭  신뢰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국방부가 심상치 않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오면서다.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장성들을 대거 물갈이했던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에도 군 지휘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강한 보수 성향의 헤그세스 장관이 이념전쟁에 몰두하면서 군 지휘 체계와 미래전에 대비한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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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리처드 말레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만나 대중국 견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외부 위기 속에서도 미 국방부는 내부 군 개혁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으로 ‘미군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리처드 말레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만나 대중국 견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외부 위기 속에서도 미 국방부는 내부 군 개혁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으로 ‘미군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 육군의 개혁을 이끌었던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까지 최근 헤그세스 장관과의 갈등 끝에 사의를 밝히면서 군 내부의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임 의사를 밝힌 드리스콜 장관은 이라크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값비싼 전통 무기체계에 의존하는 대신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며 육군 현대화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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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의 전략적 거점이자 최대 해군기지가 위치한 반다르아바스 하카니 항구 인근이 미군의 보복 공습을 받아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장악력을 무력화하려는 미 중부사령부의 정밀 타격으로 인해 양측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2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의 전략적 거점이자 최대 해군기지가 위치한 반다르아바스 하카니 항구 인근이 미군의 보복 공습을 받아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장악력을 무력화하려는 미 중부사령부의 정밀 타격으로 인해 양측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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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의 전략적 거점이자 최대 해군기지가 위치한 반다르아바스 하카니 항구 인근이 미군의 보복 공습을 받아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장악력을 무력화하려는 미 중부사령부의 정밀 타격으로 인해 양측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2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의 전략적 거점이자 최대 해군기지가 위치한 반다르아바스 하카니 항구 인근이 미군의 보복 공습을 받아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장악력을 무력화하려는 미 중부사령부의 정밀 타격으로 인해 양측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드리스콜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을 경질하고 고위 장성들의 승진을 잇달아 막으면서 갈등을 빚다 결국 물러나게 됐다. 이에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육군 장관과 참모총장이 모두 공석인 사태를 맞았다.

‘아프가니스탄의 마지막 미군’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명장’으로 불렸던 크리스토퍼 도너휴 미 육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이 지난달 27일 사임한 배경에도 헤그세스의 몽니가 있었다. 상식적인 군 인사권자라면 1순위로 곁에 뒀을 베테랑이었지만, 헤그세스는 도나휴를 향해 ‘자기 홍보에 치중한다’는 식의 마타도어로 공격하며 스스로 군복을 벗게 만들었다.

헤그세스 장관과 수뇌부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을 전격 경질하는 것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흑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군 최고위직에 오른 브라운 의장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었다. 이어 리사 프란체티 해군참모총장과 미 국가안보국(NSA)·사이버사령부를 동시에 이끌던 티머시 호크 사령관 등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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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장관의 칼끝은 개별 인사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엔 현역 4성 장군과 제독 자리를 최소 20% 줄이고 전체 장성급 직위도 10% 감축하도록 지시했다. 불필요한 지휘 계통과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전투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헤그세스 장관은 아울러 미군 지휘부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등 이른바 ‘워크(woke·진보적 가치)’에 매몰돼 전투력이 떨어졌다며 문화전쟁도 벌였다. 군부와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지난해 9월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펼쳐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세계 각지에 배치된 장성과 제독 수백명을 이례적으로 불러 모아 미군이 ‘전사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며 체력과 외모, 군 기강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자신에 동의하지 않는 장성들에게는 “명예롭게 사임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미군 지휘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관료주의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신기술 도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첨단 기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지휘체계를 간소화하고 급변하는 양상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군 인사의 기준이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장관의 후임으로 헤그세스 장관의 측근인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군인 출신인 파넬 대변인은 트럼프 2기 국방부 수석대변인 겸 국방장관 수석고문에 임명되면서 헤그세스 장관의 최측근 인사가 됐다.

현재 미국은 중동에서 장기간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중국의 팽창에 대비해야 하는 등 다양한 안보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 최고위층의 잦은 교체와 인사 공백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 능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드리스콜 장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헤그세스 장관이 문화전쟁에 치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헤그세스 장관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그는 펜타곤을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며 옹호했다.

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세줄 요약
  • 헤그세스 장관, 장성 경질·감축으로 갈등 심화
  • 드리스콜 육군장관 사임, 육군 수뇌부 공석 발생
  • 전쟁 중 인사 공백 확대, 충성 인사 논란 확산
2026-09-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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