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임신기, 갱년기…여성 뇌 3번 변한다 [사이언스 브런치]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09 00:00
입력 2026-09-09 00:00
세줄 요약
- 사춘기·임신·폐경, 여성 뇌의 세 전환기 비교
- 1095명 MRI 분석, 회백질 변화 패턴 확인
- 폐경은 감소 둔화, 앞선 두 시기와 대조
사춘기와 임신, 폐경은 여성의 생애에 걸쳐 나타나는 세 번의 주요 호르몬 전환기로 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 세 단계가 공통된 메커니즘을 따르는지 아니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뇌를 바꾸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춘기와 임신기의 뇌 변화를 다룬 연구는 축적돼 왔지만 폐경기, 갱년기와 관련된 종단 연구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한 편에 그쳤고 그마저 해마 한 부위에 국한돼 있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의료센터(UMC) 정신의학과, 라이덴대 뇌·인지 연구소와 심리학 연구소,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 사회·행동과학부 공동 연구팀은 구조적 자기공명영상(sMRI)으로 세 전환기의 뇌를 동일한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폐경기 여성의 뇌 변화가 사춘기·임신기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자연과학 전 분야를 다루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9월 10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세 집단, 모두 1095명의 뇌를 각각 두 차례씩 촬영해 비교했다. 한 여성을 사춘기부터 폐경까지 따라간 것이 아니라, 각 시기에 해당하는 별개의 집단을 같은 잣대로 나란히 잰 방식이다. 사춘기와 임신 집단은 네덜란드 라이덴대에서, 폐경 집단은 영국 UK 바이오뱅크에서 자료를 얻었다.
픽사베이 제공
이번 연구의 핵심은 대조군 설계에 있다. 여기에 같은 기간 아무 일도 겪지 않은 대조군 108명, 40명, 723명을 붙였다. 나이가 같은 대조군을 통해 뇌 변화가 그 사건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 갈라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초경과 임신을 겪은 여성은 같은 기간 그 일을 겪지 않은 또래보다 대뇌 회백질이 뚜렷하게 줄었다. 대조군은 같은 기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첫 아이든 둘째든 감소 폭에는 차이가 없었다. 주목할 부분은 사춘기와 임신이 닮은 곳과 갈리는 곳이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다. 전전두엽·두정엽·측두 연합피질 등 고차 인지를 담당하는 영역에서는 두 시기의 감소 폭이 서로 다르지 않았다. 반면 감각운동 영역과 대상피질에서는 사춘기가 임신보다, 임신이 폐경보다 크게 줄어드는 뚜렷한 위계가 나타났다. 섬엽 일부에서는 사춘기에서만 나타나는 독자적인 변화 궤적이 확인됐다. 대뇌피질 74개 영역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사춘기와 임신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폐경은 정반대였다. 두 차례 촬영에서 모두 폐경 전이었던 여성과 모두 폐경 후였던 여성은 회백질이 꾸준히 줄어든 반면 그 사이에 폐경을 지난 여성은 감소가 멈춘 것처럼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세 전환기가 호르몬 변화에 대한 단일하고 획일적인 반응이 아니라 각기 다른 패턴의 뇌 구조 변화와 연관돼 있다고 해석했다. 호르몬이 급증하는 사춘기·임신에서는 회백질 감소가 가속되고, 호르몬이 급감하는 폐경에서는 노화에 따른 감소가 오히려 둔화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회백질이 줄었다는 것이 뇌가 손상됐다는 뜻은 아니다. 신경과학계에서는 사춘기의 회백질 감소를 쓰지 않는 신경 연결을 정리해 회로를 효율화하는 ‘시냅스 가지치기’ 과정으로 이해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 임신기 변화가 집중된 곳도 설전부와 상측두구 등 사회적 인지를 담당하는 영역이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모성 양육 행동과 아이와 애착을 뒷받침하는 적응적 리모델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폐경기 여성이 흔히 ‘브레인 포그’와 인지 저하를 호소하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폐경은 오랫동안 뇌가 나빠지는 시기로 인식돼 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적어도 대뇌피질 부피라는 지표에서는 폐경 전환기가 위축이 가속되는 시기로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다만 연구팀은 구조 영상만으로는 이것이 가소성이 높아진 것인지 단순히 노화가 늦춰진 것인지 판단할 수 없으며, 그것이 기회인지 취약성인지도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를 이끈 소피 반트호프 네덜란드 UMC 박사는 “여성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신경과학 연구에서 여전히 크게 과소대표돼 있다”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전체의 2~6%에 불과하고 성별을 분석 변수로 다룬 연구는 5%에 못 미치는 만큼 세 전환기의 뇌 변화를 하나의 동일한 분석 틀에 놓고 비교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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