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같은 볼 던져라”… 진짜 제구력은 ‘착각의 예술’[박현진의 클리닝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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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수정 2026-09-08 00:13
입력 2026-09-08 00:13

투수 수준 가르는 ‘존’ 수싸움

변화구 갖춰도 볼끝 차이 확연

짐머맨, 존서 공 멀어져 볼넷 증가
대니엘, 구속 낮아도 존 주변 공략
‘볼’ 잘 던져야 진짜 좋은 투수

경계선 외곽 찔러 집중력 흔들어
김원형 “2S에선 어렵게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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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공 던진 짐머맨 울고, 타자 배트 유혹한 대니엘 웃고
도망가는 공 던진 짐머맨 울고, 타자 배트 유혹한 대니엘 웃고 한화 이글스 브루스 짐머맨(왼쪽)과 kt 위즈 데이비스 대니엘은 같은 시기에 KBO리그에 합류하며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스트라이크존 주변으로 형성하는 유인구 투구 능력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각 구단 제공


“짐머맨은 안되고, 대니엘은 되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브루스 짐머맨과 kt 위즈 데이비스 대니엘은 지난 7월 말 KBO리그에 등장했다. 짐머맨이 한화 유니폼을 입은 열흘 뒤에 대니엘이 kt에 합류했다. 두 구단이 짐머맨과 대니엘을 각각 영입한 배경으로 내놓은 설명은 판박이였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을 갖춘 투수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인데 차이는 확연했다. 짐머맨은 선발 등판 5경기서 2패에 평균자책점 14.06이라는 참담한 성적 남기고 불펜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불펜서도 2경기 1홀드 1패 평균자책점 16.20으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짐머맨의 부진과 함께 사라졌다.

대니엘 역시 5경기서 1승 2패로 부진했지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며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지난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처음으로 3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와르르 무너졌다기보다는 반드시 연패를 끊어야 하는 경기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평소와 같았다면 5회까지는 대니엘이 책임을 지는 흐름이었다.

대니엘은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리그 데뷔 네 번째 등판에서 첫 승리를 맛봤다. 압도적인 구위를 갖추진 못했지만 안정적인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를 바탕으로 스트라이크존 주변을 공략하며 타자들의 눈을 속이고 타이밍을 뒤흔들었다. 이날 던진 101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65개였다. 스트라이크만큼이나 많은 볼로 타자들의 배트를 적극적으로 끌어냈다. 그 결과 삼진도 6개나 솎아냈다.

대니엘의 또 다른 강점은 볼끝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구속은 낮지만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 쉽게 말해 종속이 좋아 볼끝이 살아 들어온다. 릴리스 포인트도 앞쪽에 있다. 타자가 보기에는 훨씬 가까운 곳에서 공을 던지는 느낌이 들어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속 차를 더 벌리면 금상첨화다. 대니엘의 체인지업은 시속 139㎞까지 나온다. 직구 타이밍을 노리는 타자들에게 걸리기 딱 좋다. 이 감독은 “체인지업이 제일 좋다고 들었는데 직접 경험해본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버리라고 했다더라. 체인지업 구속이 134~136㎞ 정도 나오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애매한 상황이면 체인지업보다는 직구를 던지라고 했다”고 밝혔다.

볼을 잘 던지는 편이다 보니 9이닝당 볼넷 허용률(BB/9)은 3.68개로 빼어나지는 않다. 짐머맨의 BB/9 역시 4.41개로 신통치 않다. 그러나 대니엘과 달리 볼이 보더라인 근처에서 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멀어진 볼이다 보니 타자들이 달려들지 않았다. 승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투구다.

투수들의 구속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타자들은 타격 기술 향상에 매달렸고 이제는 시속 150㎞대의 공도 어렵지 않게 때려낸다. 그러나 최고 구속이 시속 150㎞에 미치지 못하는 투수들이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야 한다. 그래서 제구력이 강조된다. 그러나 제구력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볼을 ‘잘’ 던지는 것이 투수의 힘이다. 볼을 잘 던지는 것과 맞는 것이 두려워 도망가는 피칭은 차원이 다르다.

스트라이크존은 기본적으로 타자가 공을 때릴 수 있는 공간이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리그 정상급 타자들은 여간해서는 그런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제아무리 내로라하는 타자라도 볼을 건드리면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없다.

거꾸로 말하자면 타자 입장에서는 뻔히 눈에 보이는 볼은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다. 집요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만 노린다. 이 지점에서 투수와 타자의 수싸움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투수는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던져서 타자의 배트가 나오도록 유혹해야 한다. 보더라인 공략이 중요한 이유다. 걸치는 공도 효과적이지만 보더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볼은 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타자가 방심하고 있을 때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찌르고 스트라이크존을 향하다 휙 꺾이는 변화구로 타자들의 집중력을 완전히 흐트려 놓는다.

김원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3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맞대결을 앞두고 전날 선발로 나섰던 최승용에 대해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1회에 4점을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끌어간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실점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목적이 명확한 공을 던져야 한다. 그런데도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가운데로 공을 집어넣었다. 그런 공은 상대가 쉽게 공략할 수 있다”라면서 “어렵게 승부해야 한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따라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이다.

포수의 움직임까지도 지적했다. 김 감독은 “책임은 첫째도 투수, 둘째도 투수에게 있다. 그렇지만 실수를 줄이는 것은 포수의 몫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그쪽으로 공을 던질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타자가 치기 쉬운 공이 아니라 타자가 치기 쉬운 공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공을 던지는 능력이 진짜 제구력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된 그레그 매덕스가 그랬고 KBO리그에선 유희관(전 두산)이 그랬다.

박현진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세줄 요약
  • 짐머맨과 대니엘의 엇갈린 성적 대비
  • 제구력은 스트라이크보다 볼의 활용
  • 보더라인 공략과 착각 유도 핵심
2026-09-08 B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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