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신규 투자에 수반되는 인력 재배치가 노사 간 교섭과 쟁의 대상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시행지침은 공장 신설과 이전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인력운영계획이 구체화돼 근로조건의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의 개념이 모호해, 신규 투자를 위한 통상적 인력배치까지 구조조정으로 확대 해석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줄이기 위한 배치전환과 새 설비를 돌리기 위한 배치전환은 성격이 다르다. 법의 취지는 사업 축소나 정리해고처럼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국면에서 근로자의 교섭 기회를 보장하려는 데 있다. 이를 신규 설비 가동과 고용 확대를 위한 인력배치에까지 확장 적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공장으로 인력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근로자 개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을 덜어주는 문제는 개개인의 사정에 맞춰 풀어 갈 사안이다. 하지만, 이를 교섭 대상으로 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번 지침은 투자 결정 자체는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보고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 원칙은 타당하다. 그러나 투자 결정과 실행을 분리해서는 곤란하다. 공장은 짓게 하면서 그 공장을 가동할 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이는 자동차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잡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사업 축소에 따른 방어적 배치전환과 신규 투자를 위한 확장적 인력운영의 경계는 명확해야 한다. 새 공장이 조기에 안착하려면 기존 사업장에서 생산 노하우를 축적한 숙련 인력의 초기 투입이 필수적이다. 신설 라인에 숙련 인력을 보내면 그 빈자리를 다른 공정의 인력이 메우는 연쇄 이동이 제조업의 통상적 운영 방식이다. 경계가 불명확하면 이러한 연쇄 이동 전체가 쟁의의 빌미가 되어 생산라인이 멈춰 설 수 있다.
인력 투입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반도체 등 기술 주기가 짧은 첨단 제조업에서는 가동이 몇 달만 늦어져도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고 투자비 회수가 불투명해진다. 이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배치전환은 목적과 기능에 따라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인력 감축이 전제된 배치전환은 대등한 노사 교섭이 요구된다. 반면 신규 투자에 따른 배치전환은 장기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이다. 두 사안을 동일한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