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냉장고 자석

박상숙 기자
수정 2026-09-08 01:01
입력 2026-09-08 00:09
냉장고에는 작은 세계가 펼쳐져 있다.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제주 돌하르방, 오사카의 글리코상까지. 여행지에서 하나둘 사 온 자석들이다.
어디를 가든 기념품 가게에서는 한참 자석을 들여다보게 된다. 도시 이름이나 그곳을 단번에 알아볼 만한 풍경이 들어 있으면 그만이다.
대단한 기념품은 아니어도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남겨 두기에는 제법 괜찮다. 사진은 휴대전화 속 수천 장 가운데 묻히지만 자석은 눈에 띌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건드린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면 바르셀로나의 어느 골목이, 돌하르방을 보면 제주에서 맞은 바람이 떠오른다.
특히 오래 남는 것은 이름난 관광지의 모습보다 길을 잃었던 순간, 우연히 들어간 식당, 갑자기 쏟아진 비 같은 사소한 일들이다. 그곳에서 나눈 짧은 대화나 함께 웃었던 사람의 얼굴도 문득 떠오른다.
냉장고의 세계는 그렇게 조금씩 넓어져 왔다. 잊고 지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데 이만한 물건도 없다.
박상숙 논설위원
2026-09-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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