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뉴노멀 폭염사회, 이렇게 대비하라
‘40도 폭염’이 올 여름의 일상이 되고 있다. 경남 양산시에서 국내 기상 관측 역사상 최고기온인 42.5도까지 치솟았고,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도 역대 최다 기록을 매일 쓰고 있다. 극한 더위가 해마다 이어지면서, 폭염은 며칠 견디면 지나가는 계절적 특성이 아니라 국민 삶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이 됐다. 전문가들은 폭염 사회가 ‘뉴노멀’로 자리잡은 만큼 폭염 대응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폭염특보 발령과 취약계층 보호에 초점을 맞춘 기존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반복되는 폭염을 전제로 예방 중심의 대응 체계로 전환하고 사회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5일 재난·노동·복지·도시 등 4개 분야 전문가들과 ‘뉴노멀 폭염사회’에 필요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재난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폭염을 신종 재난으로 인식하고 상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온이 오른 뒤 발생한 온열질환자를 구조·관리하는 사후 대응을 넘어, 피해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계층을 미리 찾아내는 예방 중심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별 취약성을 반영한 ‘폭염 위험지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온과 습도뿐 아니라 ▲노인 인구 비율 ▲반지하·노후주택 분포 ▲의료기관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위험 지역을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위험지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큰 만큼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열질환 데이터 활용도 과제로 제시했다. 채 교수는 “단순히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집계·발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발생 장소와 시간대, 직업, 연령, 주거 형태 등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형 재난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폭염은 노동 현장의 새로운 산업안전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물류·배달 등 야외 작업과 이동 노동 비중이 높은 업종은 폭염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택배기사와 배달 라이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를 위한 폭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폭염 단계별 야외작업 중지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건별 수수료를 받는 특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이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권 교수는 폭염 위험이 플랫폼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폭염 속 배달을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일부 플랫폼은 폭염 배달 할증을 지급해 오히려 위험한 노동을 유도하고 있다”며 “폭염 할증 횟수 제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역시 일률적인 휴식 기준만으로는 현실적인 대응이 어렵다. 권 교수는 “공정 특성상 작업을 중단하기 어려운 때도 있는 만큼, 작업 시간과 인력 배치를 사전에 조정해 충분한 휴식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폭염 사망 위험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고립’을 꼽았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취약계층은 건강 이상이 발생해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적절한 보호를 받기 어렵다. 석 교수는 “지역사회 돌봄망 확대가 필요하다”며 폭염을 단순한 기온 문제가 아닌 복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바우처와 냉방비 지원을 확대해 취약계층이 비용 부담 때문에 냉방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기존 복지가 빈곤·질병·실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기후 위험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도 중요한 복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이 폭염에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안전 주거 생활권’을 기본 사회권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별 폭염 위험 수준을 고려해 냉난방 시설을 갖춘 대피 공간을 운영하는 등 구체적인 보호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시도시 구조 개선은 폭염 시대의 핵심 대응 방안으로 꼽힌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밀집한 도시는 열을 흡수·방출하며 ‘도시 열섬’ 현상을 키우는 주범이다. 도로 살수 등 단기 대응을 넘어, 설계 단계부터 열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도시 녹지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도로와 주차장 등에 녹지 공간을 조성하고, 건물 외벽에 식물을 심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확대하는 등 도시 곳곳의 온도를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노후주택 밀집 지역과 녹지가 풍부한 대단지 아파트는 체감온도 차이가 큰 만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폐율(건물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을 낮추고 용적률(건물을 올리는 정도)을 높이는 방식의 도시 재편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건물이 차지하는 지표면 면적은 줄이고, 고층화를 통해 확보한 공간에 녹지와 바람길을 조성하면 열섬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고 교수는 “녹지와 바람길을 확보하는 등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승혁·이지 기자
세줄 요약
- 폭염을 신종 재난으로 보는 인식 전환
- 지역별 위험지도와 데이터 기반 예방 체계
- 특고·취약계층 보호와 도시 구조 개편
2026-08-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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