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명품, 아무리 칭칭 싸매도 3초면 잡는다

곽소영 기자
수정 2024-02-15 00:26
입력 2024-02-15 00:26
27만명 투약분 마약 8㎏ 적발… 정현주 김해공항세관 주무관
세관 경력 34년 중 엑스레이 11년
‘시뮬레이션 훈련’ 하며 철저 대비
실루엣만 봐도 가방 브랜드 맞혀
정현주 주무관 제공
고급 양주 브랜드를 줄줄이 읊는 정현주(53) 김해공항세관 주무관은 엑스레이에서 음영과 실루엣으로 표시된 영상만으로 마약이 든 수하물을 찾아내는 베테랑 조사역이다. 세관 경력 34년, 그중 엑스레이만 11년을 들여다봤다. 항만 초대형 컨테이너부터 공항을 오가는 캐리어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매의 눈’ 앞에 예외는 없다.
정 주무관은 지난해 10월 부산 김해공항에서 300여명의 수하물을 검사하다 필로폰의 주성분인 ‘메트암페타민’ 8㎏을 적발해 관세청의 ‘1월의 관세인’으로 선정됐다. 메트암페타민 8㎏은 27만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마약이 일단 시중에 풀리면 적발이 더 어려워져 세관 직원의 ‘파수꾼’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정현주 주무관 제공
겹겹이 쌓여 있던 옷 속에서 옷 모양을 잡는 ‘등대지’로 위장한 메트암페타민이 발견됐다. 골판지 두께로 얇게 압축된 상태였다. 정 주무관은 “평소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바로 검사 요청을 했던 철두철미함이 빛을 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마약이 의심돼 레일을 세웠는데 깨가 나온 적도 여러 번”이라며 웃었다.
하루에만 수만 개에 이르는 수하물 중 마약을 적발하는 건 쉽지 않다. 정제 형태에 따라 정해진 모양이 없고 불규칙한 데다 최근 들어 반입 수법이 다양해졌다. 정 주무관은 “마약에도 ‘트렌드’(유행)가 있어서 늘 최신 동향과 적발 사례를 공부한다”며 “틈이 나면 동료들과 짐 속에 밀가루를 숨겨 놓고 찾는 ‘시뮬레이션 훈련’도 한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의 ‘짬밥’도 무시할 수 없다. 정 주무관은 “캐리어 안에 숨겨진 외관상 특징이 없는 명품 가방의 실루엣만 봐도 어떤 브랜드 가방인지 맞힐 수 있다”며 “3초 만에 수하물 검사가 가능한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사실 3초면 끝난다”고 했다. 정 주무관은 “20대인 두 아이가 일상에서 마약을 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더 ‘눈이 빠져라’ 엑스레이를 본다”고 말했다.
세종 곽소영 기자
2024-02-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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