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김연경의 품격…후배 눈물 닦아주고 세르비아에 밝은 미소 축하

강주리 기자
수정 2021-08-08 12:16
입력 2021-08-08 12:16
네티즌들 “덕분에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여자배구 최고”
‘여제’ 마지막 올림픽…간절히 원한 메달 불발세르비아 선수 다가와 안기자 어깨 두드려줘
결정전 끝난 뒤 김연경 “코리아”에 동료 “고”
‘최약체’ 평가 속 강적 만나 4위 올림픽 마감
세르비아 선수·스태프 김연경에 다가와 악수
동료들 세심 챙기고 밝은 미소로 단체 기념샷
동메달 결정전, 세르비아에 0-3 패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3·4위전에서 세르비아에 세트 스코어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다.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2012년 런던 대회부터 김연경이 간절하게 바라던 메달을 ‘마지막 올림픽’ 도쿄에서도 걸지 못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2012 런던 대회 때와 같은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 팀인 세르비아는 이번에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실적으로 김연경이 올림픽 메달에 도전할 기회는 없다.
그러나 김연경은 의연하게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치렀다. 퇴장하는 모습마저 ‘여제’다웠다.
동메달 결정전이 끝나자마자 김연경은 한국 선수들을 코트 가운데로 모았다.
김연경이 “코리아”를 선창하자, 동료들이 “고(go·가자)”를 외쳤다.
김연경은 경기 중에는 심판에게 화도 내고, 격한 동작으로 포효도 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품격 있는 미소’로 승자를 예우하고, 함께 뛴 동료들을 격려했다.
2021.08.08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에 달려와 진한 포옹
한국 여자배구 ‘주장’ 김연경이 해야 할 일은 많았다.
네트 옆 기록석으로 가서 공식 기록지에 사인했다. 김연경이 출전한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그렇게 기록됐다.
김연경은 기록지에 사인을 마친 뒤, 세르비아 선수단에 축하 인사를 했다.
김연경과 인연이 깊은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는 김연경에게 달려와 진하게 포옹했다. 김연경은 진심을 담은 표정으로 미하일로비치의 어깨를 두드렸다.
세르비아 코칭스태프들도 ‘세계 최고의 레프트’ 김연경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김연경은 밝은 표정으로 승자를 축하했다.
이제 다시 대표팀 동료들을 챙겨야 할 시간이 왔다.
김연경은 친구 김수지,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함께 뛴 양효진, 김희진, 박정아 등 후배들을 차례대로 안았다.
이어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물론이고 코치진과 통역 등도 코트로 불렀다.
사진 기자들 앞에서 동료, 스태프와 함께 모인 김연경은 밝은 얼굴로 올림픽의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겼다.
네티즌 “최고의 팀, 정말 행복했다”동료들은 김연경의 넓은 품에 푹 안겼다.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에게 ‘김연경과 함께 한 시간’은 영광이었다. 김연경도 함께 뛴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김연경은 후배들의 눈물을 닦아줬다. 코트를 떠날 때까지, 김연경은 울지 않고 후배들을 챙겼다.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눈물은 꾹 눌렀다.
한국배구를 세계 정상권으로 올려놓은 코로나19 속에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해 ‘갓연경’(god+연경)으로 불린 김연경은 그렇게 웃으며 올림픽 무대에서 퇴장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선사한 여자배구는 45년 만의 두 번째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여자 배구의 메달 획득이 좌절되면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도쿄올림픽을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마쳤다.
네티즌들은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여자배구 최고” “여자배구팀의 투지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 “매 경기 감동과 희망줘서 고맙다” “너무 수고많았다” “이미 금메달” 등 여자배구팀에 대한 응원과 애정을 쏟아냈다.
2021.08.08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1.08.08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1.08.08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1.08.08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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