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12번 “면목없다” 자책까지…최고 존엄 김정은 ‘새벽 눈물 연설’

서유미 기자
수정 2020-10-12 09:19
입력 2020-10-11 22:32
‘애민 지도자상’ 극대화 노린 北
28분 연설 중 25% 고마움·미안함 표현수차례 울먹이며 안경 벗고 눈물 닦아
ICBM 공개되자 간부들과 웃으며 인사
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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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도중 눈물 훔치는 김정은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0.10.10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
北 김정은, 열병식에 참석한 아이와 인사하는 모습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열병식에 앞서 일부 아이들에게 꽃다발을 전달 받고 인사를 나눴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은 10일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 앞서 꽃다발을 주러 온 어린이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고 있다.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포함해 당 간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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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연설 들으며 눈물 흘리는 북한군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북한군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다. 2020.10.10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
김정은 연설 들으며 눈물 흘리는 북한 주민들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광장에 모인 주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다. 2020.10.10 연합뉴스 -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하면서 오른손을 높이 든 모습. 뉴스1 -
열병식 지켜보는 김정은 위원장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2020.10.11.
연합뉴스 -
열병식에 앞서 군 간부들을 격려하는 김정은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은 군 간부들과 인사에 나서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평양 노동신문/뉴스1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면목없다’, ‘미안하다’는 표현이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에게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고 했고, 코로나 방역과 수해 복구에 앞장선 군에 대해서는 “너무도 미안하고 이 영광의 밤에 그들 모두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최고 존엄’의 무결성과 무오류성을 절대 가치로 여기는 체제 속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28분여간 읽어 내려간 연설문의 4분의1가량을 인민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데 썼다. 그는 “지금 이 행성에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엄청난 도전과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강조한 뒤 “단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하니 얼마나 고맙고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인민 모두가 무병·무탈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여러 차례 울먹이던 김 위원장은 “나의 가장 믿음직한 수도당원사단 전투원들에게도 전투적 고무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는 대목에선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북 최고지도자가 눈물을 흘리며 감성에 호소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광장에 모인 주민들도 눈물을 흘렸다.
열병식 마지막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면서 대중이 열렬히 환호하자 단상에서 내려다보던 김 위원장은 간부들과 마주 보며 웃었고,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조선중앙TV 방송영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읽어 내려간 원고에 직접 수정을 한 흔적도 포착됐다.
내년 초 8차 당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를 시작한 상황에서 대내 결속을 다지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인민들이 꿈속에서도 그려 보는 부흥번영의 리상사회를 최대로 앞당겨 올 것”이라며 “8차 대회는 그 실현을 위한 방략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국가라는 점을 부각시켜 주민들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정상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20-10-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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