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과유불급 정치/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수정 2016-11-16 00:36
입력 2016-11-15 22:56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렇게까지 된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불통, 다시 말해 소통 부재에 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장 부족한 게 소통이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드러난 사실이지만 소통 부재는 국민과 야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청와대 내부, 여당의원 사이에서도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도 대통령 대면 보고를 못 하고, 문고리 3인방 등 소수의 측근과 비선인 최순실씨에게 의존했다는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소통 부재는 결국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도 귀를 닫아 놓고 나 홀로 행보를 이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행보에서 명분과 실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엊그제 해프닝으로 끝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와 철회도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지나침의 연속이다. 추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당의 이미지에도 큰 흠집을 냈다. 추 대표의 잘못은 야당대표로서 차별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명예욕이 앞섰거나 당내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야 영수회담을 놓고 갑론을박하면서 민주당은 대통령 퇴진을 반나절 만에 당론으로 정한 것이나, 영수회담을 일방적으로 철회한 것도 지나친 결과물이다. 그동안 민주당 당론이 성난 민심보다는 반 발짝 뒤따라오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지금 정치권에는 완충지대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여권, 야 3당의 통일된 주장은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과유불급이 아닐 수 없다. 과유불급 정치의 폐해를 줄이는 길은 중용지도(中庸之道)에 있다고 한다. 치우치지 않은 평범한 가운데 진리가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가득 채우면 텅 비어 버리고, 7할만 채우면 온전한 계영배(戒盈盃)의 교훈도 되새겨 봤으면 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1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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