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반성문/최광숙 논설위원
수정 2011-05-05 01:14
입력 2011-05-05 00:00
“늦잠 자느라 늦었다.”는 변명에 급기야 담임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잠’을 주제로 반성문을 써 오라는 것 아닌가. 당시 미혼이던 담임은 몸매가 호리호리하고 예뻐 별명이 ‘바비인형’이었다. 시(詩)를 쓰는 문인이기도 했다. 내가 써 간 반성문은 ‘곰의 겨울잠’이었던 것 같다. 겨우내 자지만 그것은 단순한 잠이 아니다. 봄에 약동하기 위한 에너지를 비축함이라는 내용이다. 늦잠에 대한 내 ‘항변’인 셈이었다.
그 이후 선생님이 내게 주신 시집. 어느 시인지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중간쯤 “광숙이가 혼자 마루를 닦고”라는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니 문득 선생님의 사랑이 떠오른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05-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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