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도 못하는 ‘힘없는 노동자’
수정 2010-06-01 00:36
입력 2010-06-01 00:00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2 지방선거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법정 공휴일이다. 그러나 이 법령은 관공서에만 해당돼 일반 사기업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단, 근로기준법 10조에 의거해 근로시간 내 일정 투표시간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고용주 마음대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탓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속출하고 있다. 안산 시화공단에 자리한 한 부품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30)씨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못 한다. 공장장이 주문 물량이 많다며 근무를 지시했기 때문. 직원들은 모두 불만이지만 막상 항의하기도 어려워 속만 끓이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최모(28·여)씨는 근무 연차가 5년이 지났지만 입사후 한 번도 투표를 하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총선 때는 ‘근무 하는 대신 휴일 수당을 챙겨 주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못 받았다. 비정규직으로 대형 마트에서 근무하는 박모(46·여)씨는 선거일 근무 여부를 물어봤다가 면박만 당했다. 상사가 “일 그만두고 싶으면 투표하러 가라.”며 노골적으로 윽박지른 것.
반면 투표 참여를 적극 권장하는 회사도 있다. 한 은행 홍보팀은 선거 하루 전인 1일 야유회를 떠나 2일 오전에 서울로 돌아와 투표할 예정이다. 평소에는 주말에 야유회를 떠나지만 다 함께 투표를 하러 가자는 취지에서 평일로 날짜를 잡았다. 서울의 한 출판업체에 근무하는 김모(26·여)씨는 오전에 투표를 마친 뒤 오후에는 체육대회에 참여한다. 회사에서 “어차피 집에서 쉬면 투표를 하지 않게 되니까, 오전에 투표를 하고 오후에 체육대회에 나오라.”고 지시했다.
사업장이 선거 관련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지를 감시해야 할 노동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방노동청에 사업주를 신고하면 조사를 통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자의 집이 멀다면 그만큼 투표시간을 길게 보장해 줘야 한다.”면서 “선관위에서 관리감독 협조 요청이 와 각 지방청을 통해 일반 사업장에 협조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관공서만 쉬게 돼 있는 법령을 수정해 모든 사업장이 선거일에 의무적으로 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영 윤샘이나기자 min@seoul.co.kr
2010-06-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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