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국제회계기준 도입 대책 필요하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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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20 12:40
입력 2009-11-20 12:00
정부가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계기준을 선진화하고자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선택적으로 허용해 오던 국제회계기준(IFRS)을 2011년부터는 전면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우리나라 회계의 투명성과 정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등 국가신인도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업재무제표의 국제적인 비교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해외자본을 원활하게 유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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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3, 4년이나 빨리 의무적으로 도입하면서 짊어져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로 기업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금 당장 지출해야 하므로 기업들이 느낄 애로사항들이 적지 않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면서 국제회계시스템 구축, 외부컨설팅 자문 등을 위해 평균적으로 일반기업은 5억 7000만원, 금융회사는 34억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고 한다. 여기에 개별 기업마다 전문회계인력을 확충하고 국제회계기준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추가적으로 지출되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기업들이 느낄 부담감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비용 측면에서의 부담뿐만 아니라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걱정된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사업보고서, 분기나 반기 보고서 등을 연결재무제표로 작성해 외부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수한 전문 회계인력이 매우 부족해 감사가 나서서 연결재무제표와 주석 작성에 도움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개별 기업이 직접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기엔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국제회계기준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과 호주는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이 99% 수준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6.7%에 불과하다. 그만큼 도입 여건이나 준비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아직까지 연결재무제표를 한번도 작성해 본 경험이 없는 중소 상장기업들은 연결재무제표를 처음으로 작성하고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국제회계기준이 현행 세법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이 조만간 직면할 과제다. 국제회계기준에선 자산이나 부채의 공정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시가평가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세법은 취득원가 중심으로 공정가치를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국제회계 시스템과 함께 현행 세법에 적용되는 회계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해야 하는 이중부담의 문제를 떠안게 된다. 여기에 국제회계기준에서 규정한 감가상각기준에 따라 산정한 감가상각비를 현행 세법에선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기업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세금을 국세청이 부과할 우려도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려면 지금 당장 회계 시스템 개발과 구축 등에 상당히 많은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선결과제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인프라인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면서 도입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국제회계기준과 현행 세법 간의 불일치 해소, 전문 회계인력 육성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기업도 전문 회계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동시에 사내 교육이나 외부기관 교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회계실무 능력을 배양해야 할 시점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2009-11-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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