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안중근! 우린 아직 그를 모른다/김종면 논설위원
수정 2009-10-27 12:46
입력 2009-10-27 12:00
하얼빈 의거 100주년, 나라 안팎에 안중근 동상이 세워지고 유묵(遺墨)전이 열리는 등 전례 없이 부산하다. 안중근 재평가 작업도 활발하다. 키워드는 ‘동양평화론’이다. 안중근이 옥중에서 쓴 미완의 논설 동양평화론은 한·중·일 3국이 공동은행과 화폐를 사용하는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통해 영구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구체적 해법을 담고 있다. 작금의 동아시아공동체론과도 가닥이 통할 만큼 선구적인 사상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리 학계의 안중근 연구는 90년대 중반 들어서야 본격화됐다. 변변한 평전 하나 없다.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에서 근대국가를 설계한 영웅으로 1000엔권 화폐인물에 올랐고 출간된 전기만도 수십종에 이르는 것과 대비된다. 기억하고 보존하기에 늦어 버린 역사란 없다. 이제라도 ‘사상가’ 안중근을 바로 세워 나가야 한다.
얼마 전 만난 한 원로작가는 요즘 학교에서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말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입시교육에 치여 애국의 가치를 일깨우는 국민교육이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공무원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외면하고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는 게 현실이고 보면 그의 말에 일리가 없지 않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안중근 유묵이야말로 더없이 맞춤한 국민정신교육 텍스트란 생각이 든다. 안중근은 사형언도를 받고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할 때까지 40여일 동안 200여점의 묵서를 썼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 50여종 된다. 안중근은 유묵으로 말한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누가 눈앞의 이익을 보고 의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가 위급할 때 목숨을 바칠 수 있으리오. 안중근 유묵에 담긴 의미만 제대로 새겨도 우리는 금강처럼 단단한 정신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대한국인(大韓國人)의 영예를 누릴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전 국민 안중근유묵따라배우기 운동을 제안한다.
무명지를 끊으며 대한독립의 의지를 불태운 도저한 의인의 정신, 죽어서도 조국 땅에 묻히지 못한 100년의 한(恨)이 지금 안중근 열(熱)로 달아오르고 있다. 식지 말아야 한다. 저마다의 가슴에 ‘안중근 정신’의 성소(聖所)를 마련해야 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09-10-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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