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한류의 시작, 한글이다/정희섭 마크로젠 해외 게놈사업본부 이사
수정 2009-10-12 12:33
입력 2009-10-12 12:00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독일 외교관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독일 친구 역시 베트남에서의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어 열풍과 한국 음식, 한국에서 온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고 강조하며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런 베트남 내의 우호적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뼈있는 말도 했다. 적어도 베트남에서는 독일보다는 한국이 훨씬 우위에 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그 친구뿐이 아니다. 베트남에 있는 외국인들이라면 대부분 한류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서구인들에게는 중국과 일본으로 대변되던 아시아 문화. 그러나 동남아 국가에서 식을 줄 모르는 한류 열기가 한국 문화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홍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타이완에서는 매년 겨울 한국에 스키를 타러 간다고 말하는 거래선도 있었고, 한국음식 중 불고기와 비빔밥을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한국 노래 제목을 줄줄이 늘어놓는 이도 있었고, 이제 막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도 있었다. 열흘 이상의 해외출장 일정 중 현지에서 주말을 맞이하게 되면 모국어가 아닌 언어 사용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감, 다른 음식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이 지쳐 숙소에서 쉬게 되는데, 이번 출장은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이런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한류의 가치를 몸소 실감하니 한국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 스스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함은 물론, 우리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작은 다짐도 했다.
드라마, 영화, 노래도 중요하지만 결국 모든 한류의 시작은 우리말인 한글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막 지난 한글날, 정부 차원에서 한글을 차세대 한류의 시작점으로 선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출장 기간 내내 체감했던 한류의 가치 중심에는 이 세상 모든 언어를 자유자재로 표현해 낼 수 있는 한글이 있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지금 동남아인들이 열광하는 모든 콘텐츠가 기록되고 표현되는 한글이야말로 한류의 본질일 것이다.
정희섭 마크로젠 해외 게놈사업본부 이사
2009-10-12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