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실버 미스/나길회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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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0-10 12:00
입력 2009-10-10 12:00
자동차 보험을 갱신했다. 일단 1년치를 결제하면 만30세가 되는 내년 생일날 차액을 환불해주겠단다. 돈을 돌려준다는 데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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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 국제부 기자
나길회 국제부 기자


휴가 때 발리에서 만난 동갑내기 여행 가이드 릴리가 뱃속에 둘째가 있다고 했을 때도 아무 생각 없었다. 대전에서 검사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마저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했을 때도 ‘또 한 명 가는구나.’라는 생각 외에는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보험 회사로부터 ‘공식적인 30대 통보‘를 받고 나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30대 여성에게 금기시되는, ‘니은’으로 시작되는 단어를 이제는 인정하고 내 삶 속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고개를 내젓고 요즘 유행하는 ‘골드 미스’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엄연히 두 단어 뜻은 다르다. 후자와 내 상황은 거리가 멀다. 난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고 경국지색도 아니다. 유감스러워도 할 수 없다. 난 ‘실버 미스’인 것이다.

“기자님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결혼하시는 게 나아요.”

5년 전 취재차 한 결혼상담소를 찾았을 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던 커플 매니저가 떠오른다. 배우자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최하순위를 차지하는 직업에 얼굴도 그저그러하니 내세울 건 ‘젊음’ 밖에 없다는 얘기다. 당시에는 결혼 ‘시장’에서 통하는 그런 세속적인 논리에 기분 나빠할 필요 없다고 넘겼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그분은 내가 실버 미스가 될 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진 지금도, 결혼 의지는 0%다. 이런 내가 답답했던지 그동안 단 한번도 결혼에 대해 압박한 적 없는 어머니가 며칠 전 “넌 만나는 사람도 없냐?”라고 물으셨지만 마음 가짐은 그대로다.

내 명의로 된 아파트나 20대도 울고 갈 ‘S라인’이 없어도 내 자신이 초라하지는 않다. 다만 20대 때와는 분명 다를, 30대 한해 한해의 무게로 인해 등 떠밀리듯 원치 않은 선택할 정도로 약해지지는 않을까? 만 30세를 몇개월 앞둔 유일한 걱정이다.

나길회 국제부 기자 kkirina@seoul.co.kr
2009-10-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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