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노모 “꽃같던 딸 다 늙었네”
수정 2009-09-30 12:00
입력 2009-09-30 12:00
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이 이뤄진 첫날인 29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올해 100세인 남측 최고령자 김유중 할머니의 눈물을 북측의 딸 이혜경씨가 닦아주고 있다. 모녀의 만남은 58년 만이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여고 1학년생이던 이혜경씨는 75세의 할머니가 됐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을 통틀어 2차 상봉단 중 최고령자는 올해 100세인 김유중 할머니. 김 할머니는 북에 있는 셋째딸 이혜경(75)씨를 58년 만에 만났다. 김 할머니는 3분여 동안 말없이 딸 혜경씨의 얼굴을 비비며 울먹였다. 혜경씨는 “엄마 울지 마세요.”라며 눈물을 닦아줬다. 김 할머니는 “17살 꽃다웠던 네가 노인이 다 돼 만났다.”고 울먹였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경기여고 1학년생이던 혜경씨는 서울 돈암동 집을 나간 뒤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다. 2남6녀 중 가장 똑똑하고 재주 많던 셋째 딸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자 김 할머니는 물론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백방으로 소식을 알아봤으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풍문으로 당시 전쟁통에 간호요원으로 지원 나갔던 비슷한 또래 여학생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들었을 뿐이었다. 김 할머니는 딸이 죽은 것으로 보고 제사를 지내왔으나 북측에서 김 할머니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이번 상봉행사의 유일한 ‘부부상봉’인 남측의 아내 장정교(82)씨와 북측 남편 노준현(81)씨는 59년 만에 재회했다. 장씨는 “오늘 오나 내일 오나 기다리다가 내가 시부모님 잘 모셨다고 상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노씨는 “시부모도 다 모셔주고….”라며 울먹였다.
아버지를 대신해 국군으로 징집됐던 이윤영(74)씨는 남측의 동생 찬영(71)·대영(67)·진영(65)씨와 상봉했다. 이윤영씨는 1·4후퇴 때 서울 신당동 집에서 징집됐다가 가족과 생이별했다. 찬영씨가 “아버지가 생전에 형님이 살아 있다는 것을 들으셨어야 했는데 13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말하자, 윤영씨는 북한군 훈장 11개를 들고나와 “북에 정착한 뒤 열심히 일해 국가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동생들을 안심시켰다.
큰형을 대신해 북한 인민군에 징집됐던 북측의 어성우(76)씨는 남측의 조카 어윤천(55)씨, 형수인 신윤순(88)씨와 상봉했다. 성우씨의 형 원우씨는 지난 1994년 별세했다. 1950년 전쟁 발생 직후 큰형에게 북한군 의용군 소집 명령이 떨어지자 3형제 중 막내였던 성우씨는 “형님은 장남이니까 나가지 말고 집을 지켜야 한다.”며 대신 의용군으로 나갔다. 성우씨의 둘째 형 영우(85·생사불명)씨도 함께 징집됐다. 윤천씨는 “아버지께선 당신 때문에 동생 둘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시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동생들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셨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런 조카를 보며 성우씨도 울먹였다.
30일에는 개별상봉이 열린다. 상봉 마지막날인 10월1일 작별상봉을 마지막으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금강산 공동취재단·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9-09-30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