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詩語에 깃든 아픔과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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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9-19 00:00
입력 2009-09-19 00:00

안현미 시집 ‘이별의 재구성’

그저 엉뚱하고, 유쾌하고, 난해한 말장난이나 즐기는 젊은 시인 쯤으로 읽기 쉽다. 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언어 유희와 톡톡 튀는 듯한 가벼움은 가장(假裝)된 것에 가깝다. 그의 시어는 경쾌함 속에 아픔과 쓸쓸함을 감춰두고, 시간 속에서 사라져버린-아니면, 존재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연민으로 갈무리된다.

안현미의 두 번째 시집 ‘이별의 재구성’(창비 펴냄)은 대단히 전위적이거나 혹은 대단히 현실적인 것들에 천착해 있다. 안현미는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 유희성의 최대치와 기존 시문법의 해체에 집착한다. 시집의 제목인 표제작 ‘이별의 재구성, 이 별의 재구성’ 또는 ‘낭만적으로’같은 시편들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우리 종족의 위대함은 휴지통이라는 아이콘에 있지 ‘복원’이란 단추를 내장하고 있는 그러니까 이별을 이 별로 굽거나 이 별을 이별로 굽는 따위의 일은 우리에게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란 거지 고통을 선택할 수는 없다’라는 유기성 없는 듯한 언어 유희, 불안한 감성의 나열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 말미에 심리치료의 한 장을 연 이(빅토르 프랑클)를 슬쩍 들며 공포와 불안, 고통, 자살 충동 등을 이겨내려는 자신의 의지의 일단을 ‘…고통을 받는 방법은 선택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을 받을 수 있는 방법뿐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가슴 먹먹한 현실인가.

‘식객’에서도 열쇠말 하나를 숨겨놓았다. 프랑스의 한 희곡 작가(베르나르 마리 콜테스)의 작품(‘목화밭의 고독 속에서’)을 시 속에 등장시키며 언어와 소통의 문제에 대한 그의 천착과 애증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안현미의 시는 결코 관념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저녁을 훔친 자는 망루에서 펄럭거리는 깃발에 피를 퍼부었고, 권력과 자본의 화친은 미친 화마를 불러왔다’(‘뉴타운천국’)면서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내용도 담아낸다.



시인 손택수는 발문을 통해 “(안현미에게 있어)전체를 통어하는 유기적 구조는 기대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것이 가장 먼저 해체되어야 할 질서”라면서 “현실의 비참을 환상적 기법을 통해 위무하는 것이 안현미의 시가 지닌 매력”이라고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09-09-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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