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다큐 시선] 20년경력 홍순상 기관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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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9-09 00:22
입력 2009-09-09 00:00

“졸음 쫓는 껌한통 기관사들의 자양제”

“전방 초소 군인들이 근무 투입 전에 실탄을 지급받듯이 우리는 운행 전 껌을 한 통씩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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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철도청에 입사해 열차운행을 시작한 홍순상(50) 차장은 기관사들의 최대 적은 ‘졸음’이라고 귀띔했다. 어두운 지하통로를 2~3시간씩 운전하다 보면 졸음의 유혹이 수시로 찾아온다는 것. 홍 차장은 “운행 중 항상 긴장하고 있지만 1~2초가량 깜빡 졸다가 화들짝 놀라 깬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열차가 역에 도착해 정지한 상황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역에서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하는 꿈을 꾸기까지 했다.”며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날 이후로 졸음 퇴치 껌은 기본이고 조금이라도 피곤한 날은 운전석에 앉지 않고 일어서서 운행을 해 왔다.

20년 기관사 생활을 되돌아보면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다. 그가 처음으로 운전한 것은 지하철이 아닌 ‘영동선’ 기차였다. 기관사 초년병 시절 엄한 선배 탓에 매일 지나다닌 주변 풍경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절대 한눈 팔지 말고 앞만 보라는 선배의 불호령에 운행 내내 잔뜩 긴장한 채 전방을 응시했다.”고 말했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생리 현상도 기관사들의 난적이다. 홍 차장은 “운전 중 배탈증세가 심한 적이 있었는데 화장실을 갈 수 없어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2호선 한 바퀴를 돈 적이 있다.”면서 “2006년에 한 기관사가 운행 중 생리현상을 참지 못하고 소변을 보다 열차에서 떨어진 사고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 사고 이후로 운전석에는 간이 변기가 설치됐다.

지금은 열차 운행보다 후배 기관사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는 홍 차장은 “승객들의 눈높이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겠지만 안전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009-09-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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